칼바람이 대수랴. 쌀쌀한 날씨에도 새 대통령을 맞기 위한 국민의 발걸음은 여의도 국회 광장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침부터 국회 앞은 인산인해였다. 오전 10시쯤 되자 취임식장에 마련된 5만여 석은 꽉 찼다. 할아버지와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40대 중년의 남자, TV서나 볼 수 있었던 연예인 등 각계 각층의 사람이 한데 모였다.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건 안 했건 이들의 마음속엔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다.연종사 혜암 주지스님(서울 명일동)은 “옛말에 폭포는 요란하지만 밑에 고인 물은 잔잔한 호수란 말이 있다”며 “국민을 위한 옳은 길이라면 누가 뭐라 해도 뚜렷한 주관을 펼치는 힘있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지체장애 1급인 박강숙(46·포항 인덕동)씨는 “오늘 취임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정치를 강조하셨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나 같은 장애인에게도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실용적인 일자리가 구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밝힌 변근녀(62·대구)씨는 무궁화꽃을 들고 취임식장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의 무궁화꽃은 다섯 개 잎사귀로 구성돼 있다. 무궁화 꽃이 활짝 핀 모습은 영부인(김윤옥 여사)의 웃는 모습과 닮아 실증이 나지 않는다”면서 “훌륭한 영부인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부산소망교회 원승재 목사는 키 높이나 되는 하트 모양의 취임 축하화환을 직접 만들어 나왔다. 테두리가 무궁화 꽃으로 장식된 이 화환엔 이명박 대통령의 과거 활동사진이 붙어 있고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원 목사는 “사진 구하는 게 어려워 이것을 만드는 데 두 달이 걸렸다”면서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훌륭한 경제대통령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지난해 12월 25일 실종된 안양초교 이혜진(10)·우예슬(8)양을 찾기 위해 사이클을 타고 전국 순회에 나선 이창남(70)씨는 이명박 정부가 두 어린이에게도 각별히 신경 써줄 것을 부탁했다.이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혜진이와 예슬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우리 모두가 이 어린이를 찾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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