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가 신음하고 있다.
청정해역으로 소문난 동해 바다가 각종 폐기물로 수질이 크게 악화, 생태계 교란마저 우려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바닷속은 쓰레기장=경북 울진군이 ‘동해의 이어도’로 불리는 황금어장인 경북 울진군 후포 앞바다에 위치한 왕돌암 주변 해역에서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침체어망 수거작업을 벌인 끝에 모두 106t을 수거했다. 올해도 4억5000만원을 들여 왕돌암부터 후포연안까지 침체어망 106t을 수거할 계획이다.
이처럼 청정해역으로 명성을 떨치며 최근 해양수산부로부터 동해안 바다목장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울진 앞바다마저 각종 침체어망과 어구, 폐기물 등으로 신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전국 129개 항만, 어항의 해저 침적 폐기물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폐어망, 폐타이어, 밧줄 등 각종 어구와 생활쓰레기가 모두 3만4636t 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동해안의 경우 45개소에 1만876t의 각종 폐기물이 바다에 쌓여 수질을 점차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투기 실태와 생태계 변화=국내에서 폐기물 투기가 허용된 바다는 군산 서쪽 200㎞지점인 서해 1곳과 포항 동쪽 125㎞와 울산 남동쪽 63㎞ 지점 등 모두 3곳. 이 곳에는 분뇨와 축산폐수, 폐수 및 하수처리 오니, 동식물 잔재물, 준설토 등을 버릴 수 있다. 이들 해역 폐기물 투기량은 연간 850만t에 이르고 있다. 바다에 폐기물을 투기하는 이유는 비용이 싸고 민원발생 소지가 작기 때문이다. 하수 슬러지 처리 비용은 해양투기가 t당 2만6000원이 소요되는데 비해 육상매립의 경우 2만7000원, 재활용은 4만8000원, 소각이 5만500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특히 육상 매립이나 소각은 악취 등 환경오염에 따른 민원 발생 소지가 많아 해양투기가 주로 이용되고 있는데 실제 전국에서 배출되는 하수 슬러지의 1일 발생량 5700t 가운데 70% 정도인 4100t이 해양투기되고 있다.
이처럼 바다에 버려지는 폐기물이 증가하면서 최근 동해안 수심 700∼1500m에서 서식하는 붉은 대게(일명 홍게)와 함께 폐기물이 걸려 나와 어민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경북홍게통발협회 소속 어민들에 따르면 동해의 폐기물 배출 해역 2곳 중 하나인 포항 동쪽 125㎞ 84∼89 해구 일대에서 잡히는 홍게와 어구에서 동물 잔재물과 하수처리 찌꺼기 등 각종 폐기물이 함께 나오고 있다.
수산 전문가들은 “하수슬러지의 육지 매립을 금지토록 환경부가 폐기물 관리법을 개정해 연간 200만t에 달하는 하수슬러지를 바다에 버릴 수 밖에 없고 해양투기물 증가로 해양 생태계 교란과 어족자원 고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책=바다에 투기되는 하수슬러지의 경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폐기물이라기보다는 자원의 개념으로 받아들여 퇴비 등 비료로 활용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폐어망 등을 수거하기 위한 첨단장비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이 일환으로 해양폐기물 종합처리시스템개발을 연구 중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동해안 깊은 바닷속의 침체어망을 조사·수거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 최근 동해안의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왕돌암 일대 수심 150∼200m 해역에서 성능시험을 벌였다. 그 결과 바닷속 침체어망이 선명하게 촬영되는 등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판명돼 침체어망 인양 등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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