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황룡사지 전시관 건립부지의 유적 발굴조사에서 통일신라시대 원지(苑池) 유적의 전모가 확인됐다.
지난 4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경주 구황동분황사 동편 황룡사지 전시관 건립부지내 유적을 발굴조사해 원지의 규모와 축조방법, 관련 시설 등을 파악했다.
이 유적은 신라왕궁 경내에서 안압지(雁鴨池), 용강동 원지(龍江洞園池)에 이어 세번째로 확인된 ′정원′(庭苑) 유적으로 신라 정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굴조사 결과 유적 분포지역은 지형의 높낮이(南高北低)에 따라 원지를 조성하기 위한 축대를 중심으로 남쪽에는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못쓰는 기와더미, 원지 전각 등이 남아 있었으며 북쪽은 원지와 배수로, 건물지 등이 조성돼 부지 활용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두개의 인공섬이 있는 원지를 중심으로 축대, 계단, 입ㆍ출수구, 수로, 전각부지, 담벼락, 육각형 유구 등 다양한 정원시설이 확인됐다.
또 원지 담벼락 외곽 북서편에서 크고 작은 건물터와 우물, 보도 등 생활공간 시설도 나타났다.
원지는 동북쪽 모서리가 줄어든 장방형으로 남북 46.3m, 동서 26.1m, 둘레길이 193m, 면적 1천49㎡ 규모이며 두개의 섬과 서편에 Γ형 돌출부를 갖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안압지의 15분의 1 정도이다.
원지에 대한 정밀조사에서는 호안석축의 천석(川石)을 이용한 바른층 쌓기와 천석 및 할석(割石)을 이용한 허튼층 쌓기로 축조양상이 대별됐다.
또 배수로 유구 아래에서 또 다른 수로유구가 확인됐으며 축조시기가 구별되는 2개의 축대가 밝혀져 적어도 한차례 이상 획기적인 변형이나 대대적인 보수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기와벽돌류와 토ㆍ자기류, 금속류 등 1천330여점이 출토됐다.
특히 화려하고 세련된 솜씨가 돋보이는 문양의 기와와 벽돌, 중국제 자기, 금동판 보살좌상, 생동감있는 오리와 학, 문양을 빈틈없이 채운 오리머리 손잡이잔(鴨首杯) 등이 유적의 격을 말해준다.
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안압지가 왕궁의 정원이었다면 이번 원지 유적은 신라왕실 사찰이던 분황사와 관련된 정원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신라 사원건축연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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