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막판까지 쌀 개방 요구…존스액트 철폐로 맞불”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 “(협상이) 일단 타결되면 재협상은 원칙적으로 없다”며 “미국측에도 재협상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강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 ‘한미 FTA 협상 결과 보고’를 한 뒤 미 의회에서 협상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는 보도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본부장은 “미 행정부-의회간 노동분야와 관련합의를 찾지 못한 상황인데 지난 2일 협상을 끝낸 뒤 더 이상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FTA는 양측의 이익이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며 “아직 조문·법률 검토 작업 등이 남았다”고 말했다. 한미FTA 일정에 대해 “협정은 법률검토 작업을 거쳐 오는 6월30일 서명할 예정”이라며 “원칙적으로 양국이 국내 절차 완료를 서로 통보한 뒤 60일이 지나면 발효된다”고 말했다. 숱한 우여곡절…정상간 전화통화로 결렬 위기 넘겨김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협상과정의 숱한 우여곡절과 뒷이야기를 소개하며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확고한 개방의지가 큰 힘이 됐으며 실제로 지난달 30일 협상결렬위기까지 갔으나 한미 양국 정상간 전화통화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노 대통령은 개방철학이 굉장히 확고하다”며 “협상을 하면서 여러차례 어려운 시점이 있었는데 노 대통령이 확고하게 저를 밀어줬고 그래서 타결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은 'FTA가 돼도 내가 정치적 부담을 안고 안 되도 내가 책임질 테니 협상팀은 장사꾼이 장사하는 사고와 논리로, 모든 것을 경제논리를 갖고 얻을 수 있는 것과 줘야 할 것을 잘 계산해 협상하라'고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대통령 지침에 따라 우리(협상팀)는 주요 수출품목이 단기적으로 얼만큼 수출될 수 있는지 농산물 등 민감품목을 얼마만큼 방어할 수 있는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도 감안해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30일 밤에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아 결렬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할 정도였다. 그 때 양국 정상간 전화통화가 있었다”며 양국 정상간 담판이 반전의 계기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또 “당시 노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 ‘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 수준의 개방의향이 있고, 합의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 기간 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이것이 이면합의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아시아에서 태국 · 말레이시아와 협상에 실패했을 때 한국과 협상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계산했던 것 같다”며 “이후 31일 새벽 4시 미국이 보다 좋은 오퍼를 내 우리가 협상을 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김종훈 수석대표 역시 “FTA의 최종 모양새가 상당한 정도의 균형이 없이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협상에 임했다”며 “협상의 막바지에는 이것(FTA)이 꼭 돼야겠다고 덤벼들면 깨질 수 있지만 반대로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입을 악물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대표는 “일부러 미측에 (협상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몸짓과 표현으로 전달되도록 노력했다”며 “이런 것들이 효과가 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협상시한 4월2일 미리 알고 전략 수립김 본부장은 협상시한이 당초 알려진 31일이 아니라 미 의회가 주말을 보내고 공식업무를 시작하는 4월2일(한국시간)이었음을 사전에 알고 협상에 임하는 등 철저한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미국의 통상협상 패턴상 항상 마지막 협상을 미국 워싱턴에서 하는데 이번에는 서울에서 했다”며 “또한 마감일을 딱 정해놓고 마감일이 되면 (협상카드가) 다 공개되는 데 미국이 그 시점에 더 요구를 하는 것을 수차례 봤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의 법적 데드라인은 (주말 동안은) 미국 의회에 아무도 없어 월요일(4월2일)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며 ”우리가 미국 전술에 휘말린 게 아니냐고 하는데 이를 다 감안하고 협상팀에도 지시했다“고 말했다. 미국 쌀 요구…‘존스액트’ 요구로 맞불김 본부장은 “미측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측에 쌀 개방 요구를 했다”며 “이에 대해 우리측은 우리 국적선도 미국 연안의 승객과 화물 수송을 허용하라고 미측의 ‘존스액트’에 대해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쌀 요구를 하려면 당신들이 '존스액트'를 20년 전부터 갖고 있는데 그걸 철폐하라고 요구했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미국이 쌀 개방 요구를 거둬들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존스액트는 미 연안의 승객·화물 수송을 미국서 만들어진 미 국적선에만 허용한다는 것으로 미측이 자국 안보를 이유로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렌지가 감귤 위협 주장은 ‘오해’김 본부장은 농업분야의 민감품목 중 하나인 ‘오렌지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김 본부장은 “저장기술의 발달로 미측이 비수확기에 낮은 관세로 수출한 뒤 수확기에 팔 경우 감귤이 위협받는다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운을 뗐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이런 걱정은) 사실을 굉장히 왜곡한 것”이라며 “미국 오렌지 수확기는 6월이고 감귤 수확기는 10월인데 오렌지를 3개월 이상 장기 보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렌지 저장기간은 6주~8주밖에 안 되고 2주만 경과해도 15% 이상이 부패한다”며 “저장기간이 늘면 이윤과 상품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에 (오렌지가 감귤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 개성공단 강조 말라 부탁…불가능하다 거절”개성공단 과 관련 김 본부장은 “역외가공 방식으로 특혜관세를 부여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협정 발효 1년 뒤 일정기준을 충족하면 개성공단을 비롯해 북한 전역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선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김종훈 수석대표도 “개성공단은 엄밀히 ‘빌트 인’ 방식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문제 등 협상타결 후 한미 협상팀 간에 해석상 이견이 있는 것처럼 지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 행정부와 의회간에 조율되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 본부장은 또 미국측 캐런 바티아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합의에는 북한에서 만 든 상품의 미국 수출이 허용된다는 어떤 조항도 없고 개성이라는 표현도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이 문제는 미측 입장에서 민감한 이슈여서 우리측에 부탁할 때 이것을 너무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국내 분위기상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종훈 수석대표도 “미국이 역외가공을 상당히 어렵게 생각한 게 사실이지만 북미관계 호전,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 변화 등을 가속화시켜야겠다는 미국의 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문제는 우리측 제안에 대해 별다른 수정 없이 몇가지 조항만 붙여 예상보다 쉽게 처리됐다”고 전했다. 전문직 비자쿼터 2만여개 요구할 것전문직 비자쿼터에 대해서는 “미 행정부가 아닌 상·하원 법사위 관할이기 때문에 미국 의회와 별도로 교섭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호주의 경우 미국과 FTA를 끝내고 10개월 뒤 1만500개를 받은 적이 있어 우리도 (FTA를) 타결했기 때문에 곧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직 비자쿼터 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쿼터 확보를 위해 그 전부터 물밑작업을 조심스럽게 계속해왔다”며 “호주보다 많은 2만여개의 비자쿼터를 확보토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공서비스 개방 불가는 1차 협상서 결론김 본부장은 서비스 분야 개방이 미진했다는 지적에 대해 “수도 가스 교육 의료 등은 나라의 주권과 연결된다며 절대로 지켜야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강해 1차 협상 때 김종훈 수석대표가 웬디 커틀러 미측 대표에게 공공분야는 손댈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이에 따라 미측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들 분야들도 개방했었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농업피해, 혁명적 대책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김 본부장은 “협상하면서 제일 마음이 아팠던 게 120만가구, 350만명의 농민들이었다”며 “그분들이 타격을 받는 쪽은 최선을 다해 최소화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농업부문 피해대책과 관련, “농업 분야에서 혁명적 대책 필요하다는 것에 100% 공감한다. 저와 박홍수 농림부장관이 나서 대통령을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먼 나라 친교 맺어 가까운 나라 공격’…일본 더 나은 개방안 가져와야김 본부장은 향후 FTA 협상 추진계획을 묻는 질문에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FTA(자유무역협정)는 계속 추진할 예정”이라며 “EU(유럽연합)와 협상을 곧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원교근공은 이해가 긴밀하지 않더라도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와 친교를 맺는 외교정책으로,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한다는 뜻이다. 김 본부장은 “우선 먼데서 시장을 얻고 그 다음에 중국과 일본을 상대할 예정” 이라며 "중국과는 지난달 시작된 정부 대 정부의 공동연구가 올해 말에 끝나면 플러스, 마이너스를 평가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FTA 협상 여부에 대해 “일본과는 1년간 협상을 진행했는데, 협상과정에서 일본이 우리측에 제시한 농수산물 (개방폭)이 당초 약속 수준인 90%보다 훨씬 낮은 56% 밖에 안되는 소극적인 안을 냈었다”며 “이것보다 나은 개방오퍼를 안하면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전자조작생물 위생검역은 섬유협상과 무관”한편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국산 유전자조작생물체(LMO)에 대해 한국이 위생검역절차를 완화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섬유 개방안을 좀 더 양보받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LMO가 섬유와 연계돼 다뤄졌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LMO와 관련해 EU는 굉장히 엄격한 기준, 미국은 상당히 완화된 기준, 우리는 그 중간 정도”라며 “우리는 현재 카르타헤나 의정서(국제 바이오 안전성 의정서) 가입을 추진하면서 이행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며 협상과정에서 우리는 카르타헤나협정에 따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면서 이 문제를 계속 협의해나가자고 합의했을 뿐 더이상의 합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법 172개 개정 주장 터무니 없어” 김 본부장은 이번 협상에 따라 국내법 172개를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 “경쟁분과에서 19개 법률이 개정된다고 하는 데 실제 공정거래법 1개이고 전자상거래·정부조달 분과도 10개, 3개가 개정돼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협상결과 개정사항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법을 개정하는 게 핵심 포인트는 아니다”며 “선진국으로 가려면 필요하면 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13개월 동안 진짜 열심히 일했다”면서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요구하면 응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응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본부장과 함께 통외통위에 참석한 김종훈 수석대표는 “이면 합의가 없도록 하겠고 협정문·부속서 등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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