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벤 레게너 지음/김현진 옮김/현대문학/ 가격 9,000
레만 씨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늘 꼼꼼하면서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는 역사적 사건보다도 서른 번째 생일을 앞두고 프랑크에서 레만 씨가 되는 개인적인 삶의 전환을 그는 성찰하고 또 성찰한다. 그는 인생이란 결코 그 속에 뭔가를 채워 넣는 용기가 아니라는 것,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 인생이란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것, 인생은 채워져 있는 상태로 우리가 받는 용기임을 확신한다. 이제 곧 서른 살이 된다는 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 의해 레만 씨로 불리는 프랑크는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 흘러들어와 술집 아인팔의 종업원으로 일한다. 그에게 억지로 화주를 권하는 사장 에르빈, 아침마다 전화를 해 단잠을 깨우는 어머니, 역시 술집 종업원이자 예술가인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 카를, 아름다운 조리사 카트린, 그곳의 또 다른 여러 친구들이 잇따라 엮는 크고 작은 온갖 사건들이 레만 씨의 일상을 채운다. 그러는 동안, 이 나라에서의 분단의 비극은 조용히 밀어닥치는 장벽 붕괴의 소식과 함께 막을 내린다. 하지만 동서의 분단이 사라지는 이 역사의 전환기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상은 계속될 뿐이다. 사장이건 종업원이건, 동성애자건 이성애자건 그저 무덤덤하게 역사를 바라보는 가운데 동요되지 않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삶을 계속한다.
≪레만 씨 이야기≫는 삶이란 생각보다 그리 무겁다거나 심각한 것이 아닌, 그보다는 차곡차곡 무엇인가를 채워가며 즐겨야 할 어떤 것임을 말해주는 유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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