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대한 사상적 접근보다 지난 불교 역사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치중하여 과거를 반성하는 자료의 하나로 쓰인<역사 속의 한국불교>는 한국불교사를 사회사로 접근한 최초의 저서이다. 또 대개의 한국불교사 관련 서적이 사상사에 치중한 것과 달리, 불교가 이 땅에서 지나쳐온 역사의 실체를 파헤치는 데 치중함으로써 사회 제도와 사람들 생활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불교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는 최초의 통사이기도 하다.
지은이 이이화 선생은 부친이 유불선 합일을 제창한 유학자였던 탓에 어릴 때부터 불교와 끈끈한 인연을 맺어왔다. 역사학자로서 오늘의 관점에서 역사인물을 재평가하는 인물연구에 주력함으로써 일반인들이 우리 역사를 재미있고 친근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일찍이 역사대중화를 위해 노력하였으며,‘동학농민전쟁 100주년 사업’을 주도하여 이를 학문적으로 재평가하고,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4세기 후반 무렵 이 땅에 전해진 이래 불교는 본래 부처님의 가르침보다 지나치게 세속의 길을 걸어 때로 시대정신을 외면하거나 천박한 현실인식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고통받는 중생을 외면하고 세속과 타협하여 탐욕에 빠져들고 비리를 저질렀다. 중세유럽 기독교의 “도그마”와 타락이 이 땅의 불교에서도 연출된 것이다.
더욱이 조선시대에 들어와 압제를 받으면서 본래의 가르침이 더욱 변질되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이라 탓하며 자기반성에 소홀한 것이다. 민족이 식민지로 전락할 시기에도 고통받는 민족과 민중을 위한 자기 몸부림이 거의 없었다.
왜 이처럼 한국불교는 그 오랜 역사적 역할과 달리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가. 이 책은 이러한 과거를 반성하는 자료의 하나로 쓰여졌다.
불교는 평화, 평등, 인권의 종교이다. 세계 곳곳에서 민족, 지역, 종교 사이의 갈등과 전쟁이 벌어지고 과학문명, 물질문명, 환경파괴의 범람으로 정신문화와 생활문화가 황폐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불교 본래의 가르침은 그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교는 서로 평화를 모색하는 상생(相生)의 종교를 지향해야 하며, 여기에 오늘날 한국불교에 주어진 과제가 있다. 역사를 이끌고 거스르는 불교 이야기 <역사 속의 한국불교>는 한국불교의 지난날을 냉정하게 돌이켜보는 소중한 자료로서, 불교 본래의 가르침을 일깨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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