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는 여성 인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얼굴에 뭔가 설레는 표정이 가득찬 이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은 국내 최초로 여성사전시관이 개관되는 날로 지난 세기 여성들의 역할과 업적을 재조명하고 현재와 미래의 여성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장이 열렸다.
“위대한 유산 : 할머니, 이 시대의 딸들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첫 상설전을 연 여성사전시관은 이희호 여사를 비롯 임진출, 이미경, 김희선 장관 등이 참석해 개관을 축하했다. 이희호 여사는 축하연설에서 “한국운동에 직접 참여한 장본인으로 여성사전시관 개관은 굉장히 감회가 새롭다”면서 “지난 100여년 동안 여성의 업적이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번 전시는 프롤로그, 1부 여성 깨어나다, 2부 여성 일어서다, 3부 여성 일하다, 4부 여성 달라지다, 5부 여성 표현하다, 에필로그 순으로 이어지는데 전시 시작부분인 프롤로그서부터 컴퓨터의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최첨단 기술로 여성의 활동들을 소개해 전시관의 성격을 내비추었다.
전체적으로 현대적이며 새로운 감각으로 구성돼 있는 전시관 내부는 여성교육변천사, 2002 여인극장, 여성의 언어 소리벽, 멀티비젼 같은 신선한 테마의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여성의 언어 소리벽에서는 시·소설·민요·노래·영화 분야에서 여성들이 창작한 작품들을 여성언어로 들을수가 있다.
이 소리벽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작가 노혜경씨는 “여성사전시관의 설립에 ‘행복하다’는 말밖에 할 것이 없다. 이런 공간을 이 시대의 어머니들이 많이 보고 느껴 그 딸들에게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관을 둘러본 가장 마지막에는 전자싸인으로 전시관에 다녀간 것을 기념할 수 있도록 해 첨부터 끝까지 여성의 변화에 대해 알리려 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정란 시인은 “오늘 개관이 한국여성들의 지위향상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그러나 전시관의 테마는 신선한데 비해 공간의 협소함이 조금은 아쉽다”고 전했다.
전시관 관계자는 “다른 건물의 한켠에 마련된 공간이기에 넓은 면적을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아카이브라는 여성사 연구공간을 통해 앞으로도 여성사전시관이 여성의 전문전시공간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권경희 기자 kkh@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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