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충청권 의원 영입 전략이 노골화, 자민련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지만 김종필 총재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종필 총재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소속 이재선 의원 후원회에 참석, 전날 탈당한 이완구 의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그는 긴 축사를 통해“은혜를 입은 사람일수록 해바라기처럼 고개를 돌리다가 가버린다”며“바람에 휘둘리지 말고 돈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후회는 앞서서 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정치는 원래 이익을 추구하는 실업과 달리 봉사만 하는 허업인데, 자기만 앞세우는 사람은 뜨내기 장사꾼 같은 사람이고, 다음 선거를 생각해 불리하면 침뱉듯이 버리고 유리하면 쫓아가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정객일 뿐”이라고도 말했다.
JP는 그러나“우리 정치가 불안정한 탓이니 한탄하진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을 뿐 이 의원이나 한나라당을 전혀 비난하지는 않았다. 한 측근은“JP도 한나라당을 욕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을 것”이라며“그러나 지금은 말 한마디조차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속은 쓰리지만 한나라당과 당장 적대적 관계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계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한나라당과의 공조는 조부영 의원 등 1, 2명을 뺀 대다수 의원들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며 JP에게 내밀어 온 카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JP 배제’를 흘리며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 JP로서는 2선 후퇴를 각오하지 않는 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 핵심인사는“자민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후단협측과 제3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은 추가탈당 예상자들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JP가 대안으로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등과 신당 창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그러나 신당 창당 역시 전망이 불투명하고 친(親) 한나라당 의원들의 탈당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제3의 카드는 정몽준 의원과 손잡는 것이지만 한나라당 이상으로 반응이 신통치 않다.
JP는 궁여지책으로 13석의 자민련 간판으로 대선 막판까지 버틸 태세이지만 “빨리 결심하라”는 의원들의 채근이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JP의 부동심은 선택이 아니라 이런 저런 선택이 모두 제약된 상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박수경 기자> ps@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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