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이름 : 최상일
출판사 : 돌베개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속에 살아있는 노래, 슬플때나 기쁠때나 흥겨울때나 외로울때나 선조들의 벗이 되어준 노래, 그것은 생활의 우리내 생활의 일부였다.
그러나 이 땅의 구전민요는 촌락공동체의 해체와 대중문화의 확산에 따라 약 50년 전쯤부터 사라지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의 노래만 남긴 채 현장에서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어딜 가든 노인들의 기억을 캐내지 않고는 전혀 민요를 들을 수 없다. 세대가 두 번쯤 바뀔 만한 망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민요를 기억하는 세대는 이미 평균 75세 이상의 고령층이 되었다.
우리 민요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으로 민요의 늪에 빠져들게 된 저자 최상일 PD는 지난 10여 년 동안 황무지처럼 버려져 있던 민요의 밭에서 이삭을 줍고 뿌리를 캐내는 일을 해왔다. 그가 이 땅 곳곳을 밟아 다니며 발굴, 채록한 구전민요는 양적, 질적으로 가히 엄청난 규모이다. 정부나 학계에서도 하지 못했던 일을 곁눈질 한번 없이 해오면서 그는, 조금만 늦었어도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을 수많은 민요들과 함께‘한반도의 민중문화사’라고 해도 좋을 옛날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이제 민요를 불러주신 노인들 중 많은 분이 돌아가셨지만 그분들의 목소리는 남겨졌다. 10여 년 동안 전국을 “무른 메주 밟듯” 돌아다니며 녹음하고 기록해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남겨진 귀한‘소리’를 듣는 우리의 귀는 행복하다. 이제 우리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짤막짤막한 우리 민요, 그 감칠맛 나는 소리에 담긴 뜻과 정서뿐 아니라, 그에 더하여 힘들고 괴로울 때나 신명나고 흥겨울 때 ‘소리’를 벗삼아 일상을 지탱했던 앞 세대의 풍부한 삶의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 땅에 알맞게 자연 진화되어 온‘토종’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는 이 즈음, 음악과 문학의 토종 유전자를 담뿍 간직한 민요가 풍부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더없는 축복이다.‘우리의 소리’가 이제 우리 모두의 귓전을 맴돌며, 잃어버렸던 역사와 정체성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되찾아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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