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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문화인물 - 김병연
  • 뉴스21
  • 등록 2002-09-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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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蘭皐 金炳淵) : 1807∼1863, 조선후기 시인, 방랑시인 김삿갓. 짙은 해학과 풍자를 담은 시들을 비롯, 기이한 행동으로 많은 일화를 남김. 주요시집 : <김립 시집(金笠 詩集)>
그는, 이름이 병연(炳淵), 호는 난고(蘭皐)지만, 세상 사람들은 삿갓을 쓰고 다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삿갓′이라고 불렀고, 어느만큼 인정을 나눈 사이에서는 성(性)인 ′김′을 붙여 ′김삿갓′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김삿갓′이란 뜻인 ′김 립(金 笠)′으로 주로 표기했다.
1807년(조선조 순조 7년) 3월에 한양성의 북서쪽인 경기도 양주군의 북한강이 가까운 곳에서 태어났으며, 5세 때인 1812년 12월에 서북 지방(평안도)의 청천강 북쪽 지역에서 일어난 <홍경래 난>이 그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조정의 서북지방에 대한 차별에 반발하고 관리들의 수탈과 학정에 저항해서 일어난 이 난은, 단 10일 만에 청천강 북쪽 지역의 8개 군·현을 장악해 버릴 정도로 백성들의 큰 호응과 적극적인 참여가 있는 정도였다.
이 때 공교롭게도 그의 할아버지인 김익순은 그 8개 군·현 가운데 하나인 선천군의 부사 겸 방어사로 있었다. 할아버지는 일단 난군에게 항복하였다가 적진을 탈출했다. 그러나 항복한 뒤에 적을 위해 협력하고 탈출한 뒤에는 남의 공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대역죄를 받아, 집안이 멸문지화를 당했다. 그 때 다행히 할아버지를 뺀 나머지 가족은 목숨을 구했으나, 그는 형과 함께 황해도 곡산에 있는 종의 집으로 가서 피해 살았다. 7세 때 가족이 다시 북한강변에 모여 살게 되지만 그곳에서 아버지와 동생이 죽었다. 그래서 살아남은 어머니와 형 그리고 김병연만이 강원도 영월로 숨어들어 앞날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김병연은 20세 때의 봄에 영월 관아에서 실시한 백일장에 응시해서 장원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가을에 열릴 초시(생원시, 진사시)를 포기하고 곧장 한양으로 나갔다. 그는 한양에서 신분을 숨긴 채 2년간쯤 의도적으로 명문대가의 자식들을 사귀어 교유하면서 벼슬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실력이 출중한 그는 어렵지 않게 그 길을 찾게 되지만, 그 사이에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벼슬길은 그가 나갈 길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병연의 방랑길은 그런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러운 벼슬길에 대한 욕망을 다 털어 버리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세상을 떠도는 자유인의 길이, 그가 택한 길이었다.
그의 시는 해학과 서정, 관조적 허무와 격물정신으로 규정된다. 부정과 불의에 부딪치면 해학은 풍자와 조소의 칼이 되고, 절경과 가인을 만나면 서정은 술이 되고 노래가 된다. 또한 인생을 살필 때는 눈물이 되고 한숨이 되지만, 사물들을 앞에 두었을 때는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된다.
그의 자유혼은 시의 소재나 형식에서 규범과 탈규범을 넘나들기도 한다. 한시의 전통적 방식을 거침없이 해체해서 파격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한시를 음이 아닌 뜻으로 읽게 한다든지, 한글을 섞어서 쓰는 시들이 그런 경우가 될 것이다.
그는 1863년(철종 13년)의 봄에 57세의 나이로 전라도 동복현(전남 화순군 동복면)의 달천변에서 35년쯤의 긴 방랑시인의 삶을 마감했다.
그가 그곳을 죽음의 자리로 택한 것은 무등산 자락에 있는 달천이 ′적벽강′이라 부를 정도로 경치가 퍽이나 빼어나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병연은 1천여편의 시를 쓴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재까지 456편의 시가 찾아졌다. 그가 현대인에게도 익숙한 사람이 된 것은,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이야기들을, 그것도 방방곡곡을 떠돌면서 꽃잎처럼 낙엽처럼 날려버린 시들을 이응수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모으고 정리하여, 비로소 그가 죽은 지 76년 만인 1939년에 김병연의 첫 시집인「김립 시집」을 엮어 냈기 때문이며, 그 속에 실린 내용과 형식이 다양한 시들과 흥미있고 통쾌한 일화들을 자료로 삼아, 여러 시인·작가들이 시집과 소설로 발간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근래에 와서 다분히 흥미 위주로 보아온 그의 시들을, 형식의 파격성과 내용의 민중성을 문학사적으로 재평가하는 작업이 몇몇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져서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그는 5세 때부터 이곳저곳으로 피해 살아야 했고, 청년기 이후에는 방랑생활로 일관했기 때문에 생애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어 대부분을 추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그가 남긴 시와 일화들이 더욱 신비로우며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김동진 기자> dong@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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