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신간안내 - 秘傳 일지매
  • 뉴스21
  • 등록 2002-08-19 00:00:00

기사수정
허수정 / 북갤럽『비전 일지매』는 중국무협영화의 격투 장면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진정한 우리의 ′맞장′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이런 결투 장면은 작가의 공이 가장 많이 들어간 대목이다. 작가는 서슴없이 말한다. 칼을 수백 번 휘두르는 결투는 최소한 조선에서는 없었다고. 『비전 일지매』가 활극적 요소를 지녔으면서도 그 한계를 아슬아슬히 넘어선 것은 기축옥사라든가 임진왜란이라는 사건을 그 배경으로 깔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일지매나 그의 스승 지함두가 보여주는 발도술(拔刀術) 때문이기도 하다. 그 발도술이 전투의 와중에서는 디테일하게 그려지지는 않지만, 이를테면 지함두가 산채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장면에서는 발도술의 일단을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단 한 번의 베기′의 의미를 가르치는 지함두의 모습에서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검술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검술을 만나게 된다. 이 또한 『비전 일지매』답게 하는 한 요소이다.
허수정 장편소설 『비전 일지매』는 ′어린이 날′ 특선으로 보던 그 ′소년 일지매′가 아니다. 조선시대의 ′광주사태′로 명명됨직한 기축옥사를 시간적 배경으로 일지매는 등장한다. 요즘 같은 정쟁의 회오리가 조선조를 들었다 놨던 ′기축옥사′는 조선조의 체제 내적 모순이 극대화된 결과로서 성종 이후 연산군과 드라마 <여인천하>의 시대인 중종을 거치면서 극심한 ′안개정국′을 연출한다. 조광조의 개혁이 실패한 이후 척신정치에 숨죽여 있던 사림(士林)은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를 필두로 ′안개정국′을 ′예측 가능한 정치′로 전환시키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하지만, 척신의 억압이 사림의 무의식에 깊이 아로새겨진 결과였을까, 사림들 자신의 정치적 야욕에 의해 당쟁만 일삼게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 율곡의 제자인 서인이 퇴계의 우산 아래 있는 동인을 축출하는 ′음모′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기축옥사다.
『비전 일지매』의 일지매가 어린이 날 특선 ′소년 일지매′와 다른 점은 ′소년 일지매′가 탈역사화된 이미지로서만 등장한다면, 『비전 일지매』의 일지매는 단순히 백성을 괴롭히는 탐관오리를 징치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역사의 소용돌이에 뛰어든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질서가 재편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임진왜란은 한 나라의 체제 모순이 국제적 관계에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 사건이다. 일지매는 그 소용돌이에서 권력의 추가 기우는 쪽으로만 쏠리는 정치모리배들을 응징하면서 전쟁의 아수라장 속에서 신음하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일지매는 스스로 그의 스승과 더불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베러 왜(倭)로 진입하는데, 우리는 여기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생의 허무를 아는 한 인간임을 느끼게 된다. 이순신의 수군의 잇단 승리와 분조를 이끈 광해군의 내정, 그리고 들불 같은 의병들의 저항으로 임진왜란은 끝나지만, 조선에는 보다 나은 정치가 보장되지 않고 점점 더 안개 속으로 빠져든다. 임진왜란에 의해 촉발된 명청 교체 정국이 전쟁 후 조선의 내정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는 것이 그 이유다.
『비전 일지매』는 허구다. 그러나 이 허구가 보여주는 스케일은 스펙타클과 시대를 고민하는 지식인들의 고뇌를 통해 소설 읽기의 다른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 물론 한 권의 소설이 책을 읽는 재미와 문학적 감동을 다 주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비전 일지매』는 읽는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 한 소설임을 숨기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가의 상상력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진실을 함께 다루고자 한 부분도 적잖이 평가되어야 할 노고라고 해도 큰 허풍은 아닐 것임을, 독자들이 판단해주리라 믿는다.
<김동진 기자> dong@krnews21.co.kr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울산동구 제17회 방어진축제 성황리에 마쳐 [뉴스21일간=임정훈 ]제17회 방어진축제가 9월 6일 오후 5시부터 방어동 울산 수협 방어진위판장 일원에서 ‘함께 걷는 그대와 나, 우리는 방어진 사람’이라는 슬로건으로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행사는 김두겸 울산시장을 비롯하여 동구청장,국회의원, 지역 의원, 지역 기관 단체장, 주민 등 2,000여 명이 참여하여 뜨거운 축제의 열기로 가득 ...
  2. 중구, 울산큰애기 마을교사 활동 공유회 개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구청장 김영길)가 9월 5일 오전 10시 30분 중구청 대회의실에서 2025년 울산큰애기 마을교사 활동 공유회를 개최했다.      이번 활동 공유회는 울산큰애기 마을교사의 활동 현황을 점검하고 상호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김영길 중구청장과 울산시교육청 관계자,...
  3. 울산 동구 마을교사 역량강화 교육 운영 [뉴스21일간=임정훈 ] 울산 동구는 마을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마을교육 활동 확대를 위해 9월 7일(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구청 대강당에서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였다.    이날 교육에서는 지역에서 활동 중인 마을교사 9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학생이 주도하는 배움 방식을 다루는 ‘프로젝트 수업의 이해’(강사...
  4. 중구, 2025년 간부 공무원 폭력 예방 특별 교육 실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구청장 김영길)가 9월 5일 오후 2시 중구청 대회의실에서 2025년 간부 공무원 폭력 예방 특별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에는 김영길 중구청장과 5급 이상 간부 공무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교육에서는 허지원 젠더연구소 대표가 강사로 나서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성 인지...
  5. 울산교육청, 나눔과 대화로 수업 성장 해법 찾는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12일 다산홀에서 중고등학교 교원과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2025 수업 성장 나눔 대화의 날’을 열었다.      이 행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안착과 학생 참여 중심 수업 문화를 확산하고자 마련한 실천적 장으로, 현장 교원들이 수업 사례와 고민을 나누며 함께 ...
  6. 제44차 UN 세계평화의 날 울산시민행사 성황 [뉴스21일간=임정훈 ]제44차 유엔(UN)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는 울산시민행사가 5일 울산시의회 3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NGO 단체 따뜻한손길이 주관해 마련됐다.이날 행사에는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최종현 전 네덜란드대사, 이정일 울산시 국제관계대사, 최연충 추진위원장, 박병규 따뜻한손길 대표를 비롯해 다문화가정 시..
  7. 울산 화평교회,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에 추석맞아 이웃사랑 나눔 실천 100만원 후원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화평교회(담임목사 장지훈)는 9월 12일 금요일 10시에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관장 한영섭)을 방문하여 추석 명절을 맞아 지역 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후원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후원은 홀몸어르신, 저소득가정 등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더불어 살아가...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