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동화
현대문학북스 / 도종환 지음 / 가격 : 7,500원 도종환 시인은 이제 <접시꽃 당신>의 베스트셀러 시인보다는 참교육의 염원을 시의 힘으로 실천하는 교사 시인, 교육운동과 지역문화운동에 앞장서는 참여문학인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하다. 이번에 <현대문학북스>에서 펴낸 책은 긴 세월 진정한 문학과 교육정신을 추구해온 도종환 시인이 처음으로 들려주는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동화′ [바다유리]이다.
삶에 지쳐 꿈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서점가에는 따뜻한 서정과 낙관적인 주제로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책들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위로보다는 충고와 조언을 필요로 하고,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딛어 인생을 배워가는 젊은이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동화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도종환 시인의 동화 [바다유리]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동화
도종환 시인의 영원한 문학적 화두이며 삶의 근거이기도 한 ′사랑′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맑고 순수하게 풀어낸 이 책의 서문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에 눈뜨면서 많이 힘들어하고, 세상에 대해 알고 싶어하다가 상처받고 절망하거나 아파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수채화처럼 투명하고 솔직한 성장동화
그 누구의 주의도 끌지 못하는 해변의 작은 유리조각이 도종환 시인의 꼼꼼한 시선에 포획되었다. 그리고 방황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비추는 맑고 투명한 거울과 같은 동화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주인공 바다유리는 바닷가의 작은 모래알갱이 속에서 태어나는 유리의 운명 때문에 바다유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한 줌의 모래 속을 지나 뜨거운 불 속에서 박하색 유리컵으로 탄생한 바다유리가 고통과 슬픔의 날들을 지나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자신만의 빛깔을 찾아가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이 동화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바다유리는 크게 세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바다유리는 무엇을 가까이 하느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자신의 존재가 확립된다. 술을 담고 있으면 술잔이 되고, 향긋한 차를 담고 있으면 찻잔이 되는 것이다. 둘째로 바다유리는 아름답고 실용적이지만 잘못 다루면 쉽게 깨어져 다른 사람을 다치게도 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바다유리는 투명하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속내를 숨길 줄도 모르며,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통과시킨다. 이러한 바다유리의 특성은 마치 우리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본질을 형상화시켜놓은 듯하다. 특히 아직 세상에 물들지 않은 젊은이들의 순수성을 연상시키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애틋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아무리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한 삶일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을 살아내는 현명한 방법과 올바른 삶의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 것이다. 도종환 시인은 연약하고 예민하지만 인생에 대한 강한 의욕과 열정을 지닌 주인공이 세상에 버려져 이기적이고 날카롭던 자아를 매끄럽고 부드럽게 다듬어가는 과정을 통해 평범하지만 가장 중요한 삶의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사랑은 슬픔의 가시밭길을 끝까지 걸어가야 완성될 수 있고, 상처는 삶의 교훈으로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배워나감으로써 그 교훈들이 결국엔 절망을 보석과 같은 희망으로 바꾸어준다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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