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의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한 〈패닉 룸〉(21일 개봉). 패닉 룸(panic room)은 중세 성(城)의 망루에서 연유한 것으로 전쟁이나 천재지변을 대비한 일종의 피난처다. 다시 말해 외부인의 침입 등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비할 수 있는 집안의 안전공간이다.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한 공간. 견고한 철강과 콘크리트로 지어져 총기 공격으로도 뚫을 수 없는 곳이다. 그곳은 별도의 전화선과 감시 카메라에 연결된 수많은 모니터, 자체 환기 시스템, 물과 비상약 등 생존을 위한 필수품 등도 구비되어 있다.
남편과 막 이혼하고 멕 앨트먼(조디 포스터)은 딸 새러(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함께 살 집을 새로 구한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멕과 당뇨를 앓고 있는 어린딸 사라. 그들을 만족시킨 집은 뉴욕 맨해튼 주택가에 있는 19세기형 3층짜리 저택이다. 장애인이자 엄청난 재력가였던 전 주인이 마련해둔 엘리베이터와 패닉 룸이 이 집의 특징이다.
일정보다 조금 앞당겨 새 집으로 이사온 멕에겐 첫날 밤 패닉 룸으로 피신할 일이 일어난다.주체하기 어려울 만큼 돈이 많았던 전 주인은 알려진 재산 이외에도 거금을 패닉 룸의 금고 안에 숨겨둔 채 세상을 떠나버렸다. 이 사실을 혼자 알고 있는 손자 주니어(야레드 레토)는 이것을 독차지하기 위해 패닉 룸을 설계한 보안업체 직원 버냄(포레스트 휘태커)과 킬러 라울(드와이드 요아킴)을 대동하고 침입한다. 빈집인 줄 알았던 이들은 패닉 룸으로 대피한 멕의 저항에 부닥친다.
영화 ′패닉 룸′은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방을 소유했지만 그곳이 가장 위험한 장소로 돌변하는 아이러니를 그린 완성도 높은 스릴러물이다. 패닉 룸으로 피신한 연약한 두 여자와 그 안으로 들어오기 위한 세 남자의 두뇌와 몸을 풀가동하는 빠른 속도감, 숨은 자의 불안감과 침입한 자의 초조함이 영화의 배경과 분위기에 잘 나타나 있다.
〈세븐〉으로 흥행 감독의 대열에 합류한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완벽주의자′라는 칭호에 걸맞게 집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집요한 카메라 워크를 통해 폐쇄된 공간에 닥치는 재난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뒷부분은 약간 헐겁다. 탈취극의 주동자 주니어는 그런 계획을 세웠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어쩡쩡하게 잡혀가는 버냄을 볼때 앞의 치밀한 전개에 비해서 이야기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김동진 기자> dong@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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