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잔재로 남아 주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줬던 양양군 서면 서선리의 속칭 `안경굴′이 철거에 들어갔다.
지난 27일 양양군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이 수년간 철거를 요구했던 안경굴에 대해 철도청 동해시설사무소가 최근 철거공사에 들어갔으며 총 6억원이 들어가는 이 공사는 이달 말께 마무리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안경굴로 통행에 불편을 겪었던 서선리 주민은 물론 이 터널을 이용해야 했던 관광객들도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되는 오는 6월부터는 장애물이 사라진 뻥 뚫린 길을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의 애물단지가 된 안경굴 구조물이 서선리에 들어선 것은 지난 대략 1920년대 초. 당시 남한 최대 철광산이었던 서면 장승리의 양양철광에서 캐낸 철광석을 외부로 수송하기 위한 철로를 일제가 건설한 것이 발단이 됐다.
철도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서선리에 마을 입구에는 철로의 교량 역할을 하는 폭 45m, 길이 95m, 높이 21m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서게 됐고 일제는 이 구조물 중간부분에 마을 사람들이 통행에 이용할 터널 1개와 하천 개울물이 흐를 터널 1개 등 모두 2개의 터널을 나란히 뚫었다.
두 개의 터널이 나란히 붙어 있다 보니 이 터널은 멀리서 볼 때 마치 안경처럼 보였고 따라서 언제부턴가 `안경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각 터널의 크기는 폭 5m 정도에 높이 역시 5m 정도.
마을사람 대부분이 걸어 다녀야 했던 일제 당시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남북분단으로 동해북부선이 폐지되면서 쓸모가 없어진 이 구조물은 한때 철로가 놓여졌던 곳이 도로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지난 90년대 초 철광산이 폐광되자 그야말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특히 차량 한대가 겨우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비좁은 공간에서 잇따르고 있는 교통사고와 지난 2000년 내려진 붕괴위험 안전진단은 급기야 주민들로 하여금 터널 철거운동에 발벗고 나서게 만들었다.
이달형(77) 서선리 이장은 "지난 수년간 주민들이 요구해 온 `안경굴′ 철거가 이뤄지게 돼 다행"이라며 "안경굴이 철거되고 도로가 확장되면 30여가구 100여명의 서선리 주민들은 물론 샛길로 이 길을 이용해 온 관광객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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