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용만(37)과 신동엽(33). 한 예능 PD의 말처럼 현존하는 국내 최고 MC로 꼽히는 두 사람은 외모만큼이나 다른 듯 하면서도 서로 닮은 구석이 많다. 한 박자 느릿느릿한 듯 하면서도 인간미 있는 웃음을 끌어내는 김용만과 영악스럽고 호들갑스러우면서도 얄밉지 않은 신동엽은 둘 다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법이 없다. 다른 사람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비하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을 던진다.
“제가 개그맨 생활 시작하자마자 생각했던 좌우명이 ‘남을 비하하지 말자’는 거예요. 그것만은 지켜왔던 것 같아요.”(김) “형 얘기 듣고 깜짝 놀랐는데 저는 ‘최대한 남을 배려해주자’예요.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은 가급적 안 하려고 해요.”(신)
이런 두 사람이 다음달 4일 첫 방송되는 SBS TV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에서 콤비로 호흡을 맞춘다. 과거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건강보감’ 코너를 함께 진행한 지 3년여 만이다. MC로 최고주가를 올리다 돌연 휴식을 선언하고 1년여간 브라운관을 떠났던 신동엽에게는 이 프로그램 진행이 방송가 복귀의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나 ‘섹션TV 연예통신’ 등으로 MBC 예능 프로그램의 간판으로 불리는 김용만도 이번 프로그램은 SBS에서의 첫 데뷔작이라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
“어느새 이경규 선배에서 저로 간판 자리가 넘어왔더라고요. 하지만 또다른 무대에서 새롭게 내 자신을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자신들의 이름을 건 이 프로그램의 간판코너는 ‘대결콘서트 노래만들기’. 각자 초대손님과 조를 이뤄 서너시간 안에 작사, 작곡, 편곡까지 노래 한 곡을 뚝딱 만들어내야 한다. 신동엽은 “제작진이 저희들의 공통점을 고민하다가 둘 다 어쭙잖게 기타를 칠 줄 안다는 점을 떠올렸대요. 그러다 노래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라고 설명한다.
인터뷰 도중 두 사람이 꼽은 자신들의 인기 비결이자 또다른 공통점은 웃음을 절제할 줄 안다는 것. 김용만이 “섣부른 웃음에 도전해 분위기를 망치기보다 제대로 가는 길에서 약간씩만 재치를 부리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하자, 신동엽은 “저희는 500번을 시도해 50번 웃기기보다 15번 노력해 10번을 웃기는 타입이죠. 어떻게 보면 조심스럽고 절제력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비겁하기도 해요”라며 주위를 웃긴다.
물론 프로그램 준비 과정을 살피다 보면 서로 판이한 면도 발견된다. ‘나는 프로그램에 목숨을 건다’고 말할 정도로 소품 하나, 무대장치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신동엽의 세심함에 비해, 김용만은 ‘이번 프로그램은 편안하게 갔으면 좋겠다’는 식의 큰 틀만을 강조하는 여유로움이 엿보인다.
앞으로 밤 늦은 시간대에 성인들이 맘 편히 볼 수 있는 시트콤이나 콩트를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닮아 있는 두 사람이 과연 앞으로 한 무대에서 어떤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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