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5년 만에 왜곡된 연금구조(저부담 고급여 체제)를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좌절됨에 따라 연금 재정의 고갈 우려가 커지고 후세대에게 큰 부담을 안기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심의하려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심의하지 못했다. 연금법 개정안은 지난 정기국회에 이어 임시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한 것이다.
16대 국회 임기인 내년 5월까지 법안이 계류되긴 하지만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내년 중에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자동폐기될 전망이다. 이 경우 연금법 개정 논의는 상당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각계 전문가들이 지난 2년여간 논란 끝에 마련한 것으로, 보험료를 소득의 9에서 15.9로 순차적으로 올리고 노후 연금액은 평생소득의 60(소득대체율)에서 50로 줄이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금 사각지대의 해소방안이 없고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연금을 깎지 않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깎으려는 데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정치공세로 일관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안종범(安鍾範)교수는 "지난해 대선 때 ′연금을 깎으면 용돈제도가 된다′고 했다가 연금 지급액을 깎지 않으면 안 되는 사유를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개혁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