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노뜰의 《동방의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같은 귀에 익은 대사도 없고,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도 등장하지 않지만, 셰익스피어 비극의 핵심적 요소들만을 차용해서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무대언어로 재구성된 작품이다.
수많은 햄릿들의 틈새에서 극단 노뜰의 햄릿만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작품에 대한 독창적이며 동양적인 해석일 것이다. 셰익스피어 원전에 드러나는 삶과 죽음이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명확한 경계짓기와 단절이라는, 서양 사람들의 보편적인 죽음에 관한 정서를 특징으로 하는 반면, 극단 노뜰의 죽음은 삶과 구분될 수 없는, 우주라는 커다란 원 안에 또 하나의 내접원을 그리며 존재하는 죽음이다. 우리는 죽음을 통해 삶의 진실을 깨닫게 되고, 여기에서 서양적인 세계관은 동양적인 세계관으로 전환된다.
이같은 세계관의 극적 전환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것은 다양한 비언어적 언어들이다. 《동방의 햄릿》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주옥같은 시적 대사들과 풍성한 플롯들을 과감히 버렸다. 대신 배우들의 몸짓, 음악, 조명, 의상 등의 비언어적 표현방식을 그 자리에 채워 단순하면서도 풍요로운, 압축적이면서도 섬세한 연극적 조형미의 완성을 보여주는 한편,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연극언어의 보편성을 동시에 획득하고 있다.
♤ 공연시간 : 평일 오후 7시 30분 / 토요일 오후 4시, 7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 30분
♤ 공연장소 :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 문의전화 : 02-325-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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