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업무와 일정 등을 보좌하는 청와대 양길승(梁吉承) 제1부속실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충북 청주지역 유지가 운영하는 고급 술집과 호텔에서 지난달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31일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양 실장이 향응에 응한 것은 특히 청와대가 지난 5월부터 윤리강령을 통해 3만원 이상의 금전, 선물, 향응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한 이후 일어났다는 점에서 파문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이날 오전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관계수석, 윤리담당관인 이호철(李鎬喆) 민정1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져 양 실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양 실장은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시 인근 청원군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충북도지부 간부, 당원들과 식사를 한 뒤 일부 참석자 및 지역인사 5,6명과 함께 청주시내 K나이트클럽에서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 실장은 술자리가 끝난 뒤 나이트클럽 인근 R관광호텔 스위트룸에서 잠자고 이튿날 귀경했으며, 양 실장이 묵었던 방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후보시절 청주를 방문했을 때 이용했던 방으로 알려졌다.
특히 K나이트클럽과 R호텔 소유주 이모씨는 최근 경찰에서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당일 술자리에도 합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수사무마 청탁 의혹도 낳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청주지역 인사들을 조직해 노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실장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때 충북팀장이었던 오모씨가 경선때 고생했던 사람들을 격려해 달라고 요청해 내려가 저녁식사만 하고 귀경하려했지만 오씨 등이 하도 붙잡아 술자리에 가게 됐고, 방도 예약돼 있어 잠자고 올라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모씨는 술자리에서 처음 만났고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수사무마 청탁을 받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당시 이미 향응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뒤 자체 조사를 벌여 양 실장에게 주의조치를 내리고 문희상 비서실장에게 보고했으나, 문 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 직접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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