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이 끝난 뒤, 여권이 혼란상태에 빠지고 있다. 정책 수립에서 어떤 것이 먼저 해결되야 하는 지에 대해서 그 방향조차 잡아가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총체적 경제위기와 정치안정화, 그리고 민심수습. 이 중에서 특히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은 민심 안정화를 위한 대처방안의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여권은 직면한 문제는 외면한 채 내년에 치뤄질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조기 가시화 문제에만 주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의 한광옥 대표간의 만남이 있은 후, 여권의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 논의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등의 모양새를 두고 재보선에서의 패배 충격에 따른 정책수립의 공황 상태라는 말이 대두된 배경에는 여권 스스로가 자초한 부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한 대표가 진화에 나서 "정기국회가 끝난 뒤 후보 논의를 할 방침이며, 당정 쇄신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라는 입장을 밝히고, 뒤늦게 해야 할 일로서 국정쇄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대책, 및 여러 가지 비리 의혹 해소 등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선 후보자 조기 가시화 문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여권일각에서조차 먼저 민심불안정 원인의 파악과 대책 마련이 여권에게는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갖가지 정치·경제 의혹과 소문의 진상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고 싶어하는 민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대선후보 조기 가시화로 민의(民意) 외면대선 후보의 가시화 문제는 실재적으로는 국가차원의 사안이 아닌 정당 내부의 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이러한 후보가시화 문제가 재보선 결과 이후 처리해야할 최초의 조치라고 보기에는 그 방향과 순서가 적절치 못하다는 견해다. 집권당이 민심안정이라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를 외면한 채 우선적으로 후보 가시화문제에만 치중한다는 것은 마치 모래 위에 성을 쌓는 정책운영방식이라는 것.
이와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물론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뒤“여당은 먼저 앞으로 1년 가까이 남은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문제가 아니라 경제안정을 비롯한 민심안정정책에 대한 분석과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해결안을 내놓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는 여권의 당내 관심사이지 직접적인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는 없다. 먼저 여권이 우선적으로 집권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만이 떠나가고 있는 민심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장승희 기자>heezzang@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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