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민주평통 상임위원회 연설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고건 전 총리 기용은 인사실패’ 발언으로 불거진 청와대와 고건 전 총리 측의 치열한 논쟁에 대해 또 다시 입을 열었다. 이에 고건 전 총리 측은 ‘무반응’으로 응수했다.노무현 대통령은 26일 “그동안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고, 참아왔지만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할 말 한다고 국정이 결코 소홀해지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귀찮고 힘들어 할 만큼 저도 국정을 또박또박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특히 고건 전 총리를 겨냥, “지금까지도 그분을 비방하거나 비판해서 말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제가 섭섭한 얘기를 한 말씀 꼭 좀 드리고 싶다. 내가 두 번 세 번 해명을 했는데도 전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꼭 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이어 “뒤가 깨끗해야 좋은 술이지만 나는 술뿐만 아니라 사람도 뒷모습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요즘 대통령이 동네북이 돼있다. 저는 이것을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한편으로 민주주의의 비용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을 동네북처럼 이렇게 두드리면 저도 매우 섭섭하고 때로는 분하다”며 “고 총리하고 자꾸 싸운다 싸운다 이렇게만 보도되는데, 실제로 제가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고건 전 국무총리는 26일 또 다시 자신을 겨냥한 노무현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전 총리는 이날 “내가 두 번 세 번 해명을 했는데도 전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꼭 좀 드리고 싶다”는 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보고 받은 뒤 “대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고 전 총리는 지난 21일 노 대통령의 ‘인사실패’ 발언 때만 해도 상당히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은 담담하고도 신속하게 대응자제 방침을 결정했다고 이 측근은 덧붙였다.고 전 총리측은 “고 전 총리 본인이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을 다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말을 더 하면 국민만 피곤해진다”고 설명했다.고 전 총리의 지시 때문인지 측근들도 말을 극도로 아꼈다. 핵심측근은 “잘못된 팩트(사실)는 바로잡되 정치적인 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오늘 노 대통령 발언은 팩트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정치권은 고 전 총리가 이처럼 ‘평정심’을 지킨 것은 재차 갈등이 심화될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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