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던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다소나마 밀월관계였던 북미관계가 강력한 보수 정책의 부시 행정부가 등장한 이후에는 서로 탐색전을 벌이다 9.11 테러 사태 후 완전한 소감상태를 접어들었다. 더구나 부시 대통령이 최근 연두 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후 북한을 채찍질하고 있으며 계속 이어지는 라이스 안보담당 보좌관, 파월 국무장관, 럼스펠드 국방장관 그리고 테넛 CIA 국장 등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 미사일 문제 그리고 미사일 수출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미국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테러 조직을 소탕한다는 명분아래 파워를 앞세우며 독주하고 있다.
순수한 올림픽의 정신을 다소나마 훼손시켜 가면서도 겨울 스포츠 축제에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한 부시 대통령은 너무나도 미국 중심적이고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개막 행사였다는 각국의 비난에도 별도 신경 쓰지 않으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휘두르며 때로는 다소 오만하게 세계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방한 설명에서 미 정부 관계자는 "한반도 문제는 북미 대화가 핵심이 아니며 관건은 남북대화를 통한 화해와 협력이다. 그리고 한국정부의 대북 화해 정책을 지시하고 있다."면서 그는 "북한과 미국은 최근 뉴욕에서 접촉을 가졌다." 라고 밝혀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이후 북미간에 실무 접촉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악의 축′ 발언 이후 미국과 북한 한국간의 관계가 다소 경색된 이런 시점에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는 미 의회 및 석학들의 보고서가 한인이 주축이 된 국제 전략 화해 연구소(ISR)에 의해 만들어져 미국 정책 관련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어서 무척 고무적이다.
또한 한국의 여야 의원 36명이 주한 미 대사관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으로 한반도 안정과 평화의 기본 틀이 심각하게 훼손 될 것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항의 성명을 전달한 것은 오랜만에 여야가 만든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런 가운데서 현재의 한미 외교 불협화음은 일방적인 대북 퍼주기와 조급한 성과주의의 결과이자 9.11 테러 이후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한 외교 실패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공세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 급박한 시기에는 초당적으로 대처하여 통일·외교팀에 힘을 실어주고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흑과 백을 구별하듯 반미 아니면 친미라는 극단적인 이념적 논쟁은 전혀 도움이 안되며 대화와 타협의 결정체인 ′외교′라는 의미 자체를 모르거나 국제 정치 흐름에서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엔 동지가 되는 21세기의 외교 무대에선 국익이 최우선되어야 하며 ′Case by Case′ 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고, 탈냉전 이후 국제 정치 질서의 급변에 따른 전략적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여야 한다.
그리고 냉정해야 한다.
우리의 외교라인을 풀 가동해서라도 부실한 대미외교를 보강하면서 한국의 외교관들에게 ′외유내강′이라는 단어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칵테일 파티에서는 웃음을 보일지언정 실무협상 테이블에선 정신 바짝 차리고 과연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먼저 생각하여야 한다.
한편 이렇게 북미 관계가 꼬여 있는 상황에서 새로 취임한 최성홍 외교부 장관을 허바드 주한 미 대사와 접촉하며 미국의 입장과 심증을 헤아렸으며 양성철 주미 대사는 한국에서 열린 재외 공관장 회의 중 우리측의 정리된 입장과 김대중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느라 급히 미국길에 올라 미 행정부 관리들과 향후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현재 양국의 시각차가 심하고 한미 공조에 틈이 벌어져 있는 이 상황에서 19일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진전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마련하는 터전이 확립되어야 한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는 어차피 미국과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고 남북간에는 재래식 군비를 비롯한 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을 논의하는 쪽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9.11 테러 사태이후 국제 질서의 흐름이 변화되었으므로 그에 알맞은 북한에 대한 정책 추진과 한미관계의 재정립에 신경써야 한다.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관계 속에서 공조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한편으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하여 미국이 대북 강경책에 대한 변화를 설득하면서 유도해 나가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이기 때문이다.
<김철훈 기자> chal@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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