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수필가인 허세욱 교수와 함께 읽는 중국 근현대산문 황허는 지금 삐삐 말라서 늙은 암소처럼 누워 있다. 하상(河床)이 드러나도록 척박해지고 강둑인지 들녘인지 알 수 없도록 무너졌지만 일찍이 황허는 세계 문명의 젖줄기였다. 1920년대 산문가들은 비록 신구 교체기였지만 중국의 고뇌, 서정, 낭만 등을 진솔하고 통렬하게 표현하여 서정산문, 지성신문, 사회산문, 문화산문, 기행산문 등의 선례를 수립했는데, 이러한 흐름은 1930년대까지 도도하게 이어졌고 그 품격은 오늘에 이르러 중국 현대 산문의 전통으로 굳어졌다. <한 웅큼 황허 물>에서 소개한 56편은 192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80년 동안 문학사의 시련 속에 살아남은 대표적인 거성 23명의 현대적 고전들이다. 이러한 중국 근현대산문의 명편이요 주옥들이 타이완에서 중국어로 시와 수필을 발표하며 중국 문단에도 등단했던 허세욱 교수의 유려한 번역으로 다시 한번 갈아입게 됐다. 중년의 세대에게는 동란시대를 살아내며 소강 상태를 그렸던 어두웠던 시기를 돌아보게 한다.
그 속에는 자신이 겨로 팔뚝 휘두르며 분통함을 호소하면 우르르 군중이 호응하는 그러한 영웅이 못 된다고 절망해야 했던 젊은 날이 있고(루쉰), 타향에서 나름대로 동분서주하며 집안을 일으키고자 애섰으나 이제는 모든 것이 허망해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아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으며(주쯔칭), 사상의 자유를 잃고 하방되어 소를 돌보면서 지구상에서 중국 인텔리처럼 어렵고 기구한 운명을 없으리라고 답답해하던 울분이 있다(린페이). 또한 문학의 의학과 진로를 두고 문학을 접으면서 일본의 한 도서관에 기증해야 했던 <유자산집>과<도연명전집>을 그리는 마음이 있으며(꿔모뤄), 어느 문학청년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를 통해 경제력 없이 문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궁색하고 초라한지를 신랄하게 비꼬는 자기 연민이 있으며(위다푸), 봉건 중국의 어둠과 굴레를 벗어나 자유와 광명을 추구하고자 청춘을 바친 뒤 맞이한 마흔 살 생일날에 지하에 계신 부모님께 면목 없으며 완강한 개성으로 사회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불면의 밤이 있다(셰빠잉) 한편, 청년 세대에게는 순수한 감성과 치열한 정열을 간직하고 있는, 그래서 적막하고 고독할 수 있는 청춘의 본질을 느끼게 해준다. 자신과 극단적으로 다른 아버지에게 부양 받고 싶지 않아 추운 겨울 집밖으로 떠도는 스물 몇 살 여인의 방황이 있고(샤오홍), 大我(대아)를 살리고 문화를 살려 어느 개인의 존재 여부나 절멸 여부를 뛰어넘는 가치를 세우라는 튼튼하고 명징한 주장이 있으며(후스), 구대륙과 신대륙을 민들레 홀씨처럼 모가면서도 조국의 아름다운 강남과 망망한 변새를 잊지 못하는 한 조각 붉은 마음이 있다. (위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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