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리 브룩스 저/문근식 역/ 들녘/ 값 12,000원
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 기간중 독일 U-보트 승조원이었던 부사관 볼프강 히르쉬펠트(Wolfgang Hirschfeld)가 기록한 공개되지 않은 비밀일기로, 만약 전쟁 당시 발견되었더라면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처형되었을 법한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히르쉬펠트는 잠수함 통신사로, 패전 당시 미군에 잡혀 포로생활을 하기 전까지 경험했던 전투 및 작전상황을 일기형식으로 기록함으로써 당시의 열악한 잠수함 생활과 생사를 초월한 전투상황을 파노라믹하게 전하고 있다.
“U-보트 비밀일기”의 실제 내용은 매우 인간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앞부분은 일반적인 회고록답게 히르쉬펠트가 살아온 이야기가 조금 길게 이어지지만, 어느 정도 지나가면 정신 없이 전개되는 대서양전투의 심연 속으로 독자들이 빨려 들어가는 매력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알던 잔혹하고 딱딱한 U-보트 승조원들과 달리 히르쉬펠트가 전쟁기간 대부분을 보냈던 U-109의 승조원들은 매우 유쾌하고 때로는 바보스러운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승조원들은 전형적인 독일인답게 냉정하고 합리적이면서도 매사에 웃음을 잃지 않고 항상 낙천적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반면에 어떻게든 적 선박을 찾아 격침실적을 올리려는 함장은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함장실에 들어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등, 지금까지 독일 유보트 함장과 승조원들에 대해 독자들이 갖고 있던 이미지와 전혀 달라 의외로 유쾌한 독서가 가능하다.
U-보트 에이스로 알려진 유명한 함장이 실수로 독일 상선을 침몰시킨 이야기와, 독일 U-보트부대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되니츠 제독의 조금 비인간적인 면모도 엿보인다. 기존 영화나 소설과 달리 유보트 승조원들이 항상 전의에 불탄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만으로도 독일 U-보트 승조원들의 냉소와 유머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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