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파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길 한 켠에는 언제나 허름한 천막하나가 자리잡고 있고, 그곳을 지나던 아이들은 하나둘씩 천막 안으로 모여든다.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아이들은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숨을 죽이고 하는 이것은 다름 아닌 추억의 맛 달고나를 만들어 먹는 일.
80년대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달고나는 학교 앞 , 집앞 공터, 동네 골목에 위치한 둥그란 천막 안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50원하던 뽑기보다 배나 비싼 100원이었지만 연탄불에서 자신이 직접 녹여가며 먹는 달고나는 그 어떤 간식보다 일품이었다.
불량식품이라는 딱지 때문에 달고나 먹는 것을 엄마한테 걸리기라도 할까봐 가슴을 졸이며 먹던 것이었지만 오히려 그런 금지식품이란 오명이 그 맛을 돋우는데에 더욱 일조하였다.
아마 보통 많은 이들이 달고나 하면 “아 뽑기”, 또는 “띠”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달고나는 뽑기와 천지차이. 앞에서도 말했듯 달고나는 뽑기보다 배가 더 비쌌으며 자신이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크나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달고나는 일단 육면체의 포도당 덩어리를 국자위에다 넣고 연탄불위에서 녹인다. 다 녹을 때쯤 소다를 적당히 넣고 부풀린 후 나무젓가락으로 떠먹는 것인데 이는 아저씨가 흑설탕을 녹여 철판에 내리친후 여러모양으로 찍어 굳은 상태에서 먹는 뽑기와는 전혀 다른 식품이다.
이렇게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달고나가 요즘 또다시 복고바람에 힘입어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으로 달고나를 판매 유통시키는 달고나 생산업체 엔토크(www.entalk.co.kr)는 원조 달고나의 맛을 내기위해 원조장인까지 찾았다. 수소문한 결과 3명의 원조 달고자 장인 중 두명의 형제장인을 만나 원조 달고나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고.. 이렇게 하여 제품생산에 들어간 달고나는 인터넷을 통해 12월 한달만에 2만여개가 넘게 판매되는 수입을 올렸다.
이경준 엔토크 사업전략 팀장은 “일부 제조업들자들이 소비자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게시판에 올려진 글들을 무시하고 좋은 글들만 올려놓는 포장을 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상호 발전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해 소비자 힘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불량식품으로 여겨졌던 달고나. 그러나 이제는 깨끗한 공정을 거쳐 간식으로 다시 태어난 달고나. 는 소비자들이 원해서 다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국자위에서 녹아가는 달고나를 보며 옛 추억에 젖어보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의 여유를 느끼게 해 주지 않을까? 오늘은 가족끼리 연인끼리 둘러앉아 예전의 천막안 연탄불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달고나를 녹여먹는 것도 괜찮을 듯.
권경희 기자 kkh@krnews21.co.kr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