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수 지음/ 문이당 펴냄 / 값 8.500원
작가 이현수의 첫 소설집 『토란』이 문이당에서 출간되었다.
『토란』에 실린 작품들은 여류소설가 이현수가 남다른 작가적 고민과 인간 세상에 깊이 있는 관심을 지닌 작가임을 여실히 보여 준다. 그는 여성, 노인, 동성애, 가족, 환경 등 사회적으로 절실하게 문제되고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우리 주변의 가장 가까이 있을 법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능숙하게 형상화해 내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탄탄한 문장력과 예리한 언어 감각도 겸비한 이현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도 지니고 있어 독자들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그가 탁월한 잠재력을 내재하고 있는 작가임을 알리는 데 모자람 없는 이번 소설집 『토란』에는, 작품성 고른 열 개의 단편소설들이 수록되었다. 「토란」, 「비하리에서, 나는」, 「거미집」, 도마령」, 「파꽃」, 「불두화」, 「이 땅의 낯선 자」, 「미노」등의 작품들은 뒤늦게 첫 소설집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 이현수를 품 넓은, 기대할 만한 여성 작가로 주목하게 한다.『토란』에 수록된 단편들에는, 일상의 틈바구니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던 진실을 간파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내는, 이현수의 작가로서의 소중한 혜안(慧眼)과 미덕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특히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소재들을 이끌어 내어 보다 넓은 주제의 지평 위에 올려놓는 탁월한 자질은 이현수가 타고난 이야기꾼임을 인정하게 한다. 또한 사투리를 능란하게 구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절제가 담겨 있는 문장들은 그가 남다른 필력을 지닌 작가임을 알게 해준다.『토란』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는, 늙은 여자들의 억눌린 소망, 꿈을 잃어버린 노인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들에게서 정서적 유대감과 연결 의식을 느끼고, 이것을 하나의 단편 작품으로 만들어 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문제화하는 작업을 성취해 내고 있다. 작가적 시선의 반경이 넓은 이 여성 작가가 즐겨 그리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자기 인생을 일구어 가는 힘이 자신 안에 담겨 있음을 이해하는 인물들이다.문학평론가 방민호는 작품 해설에서 『토란』을‘인생파’소설이라고 명명했다. 이념이나 당대에 유행하는 사조나 젊은 사람들의 민감한 취향보다 사람들의 삶 자체가 지닌 의미에 관심을 갖고 이를 묘사하고자 하는 작가를‘인생파’라 명명한다면, 이현수는 전통적인 ‘한국적’ 단편 소설이라는 그릇에 인생의 의미를 담아내는 작가인 것이다.
한편, 이 소설집에는 1991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그 재난의 조짐은 손가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996년 제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거미집’, 1997년 문학동네 문예공모 당선작‘마른 날들 사이에’ 등 10여년 간 써온 단편소설 10편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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