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전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도서출판 이후/15. 000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스런 죽음을 가져오는 질병, 인간성을 말살한다고 인식되는 질병, 얼굴을 손상시킨다거나 변형시키는 질병 등 사람들의 집단적 상상력을 부추겼다. 결핵, 천연두, 암 같은 질병들이 그랬다.‘현대의 흑사병’‘현대의 역병’이라 불리는 에이즈는 이런 질병들의 ‘새로운 상속자’일 뿐이다. 『은유로서의 질병』은 이처럼 특정 질병에 낙인을 찍으며, 좀더 나아가서는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게 만드는 질병을 둘러싼 은유를 비판한 책이다, 즉, 질병 자체 그리고 질병에 들어붙어 환자의 재활 의지를 꺾는 낙인과 은유, 이미지와의 투쟁을 의미한다. 손택의 목적은 질병을 신비화하는 언어를 쫓아낸 우리가 질병, 더 나아가서는 삶과 죽음을 제대로 대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그녀는 우리에게 이렇게 권유한다. “나는 병을 앓고 있는 나머지 공포에 질린 사람들을 설득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질병은 질병일 뿐이라고, 질병은 저주도 아니며 신의 심판도 아니고 곤혹스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 별다른‘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은유로서의 질병』은 건조한 논설이 아니다. 이 책은 “과학 저술가들이나 에이즈 전문가, 시사 해설자에게”보여주려는 책이 아니라,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책, 자신과 함께 질병의 은유가 가져오는 폐해를 직시해 보자고 초대하는 “사색의 목적을 지닌 전통적 문화 형식인 에세이”이다. 이런 목적에 손택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골드스미스의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스티븐슨의 <질서정연한 남쪽>, 베리만의 <외침과 속삭임>,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등 총 77편에 달하는 소설, 희곡, 에세이, 영화, 오페라, 그리고 각종 의학 서적들에게 질병을 둘러싼 은유를 골라낸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가 차지하고 있는 역할을 분석할 것이라고 예고된 이 책의 내용은 『은유로서의 질병』이 열어놓은 이미지 비판의 결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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