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2003년 추곡수매가를 지난해보다 2% 내리고 수매가 인하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는 논농업직불금을 증액해 보전해주기로 했다.
지난 1950년 추곡매입제가 시행된 이후 매입가격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농민들의 반발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안종운 농림부 차관은 “2004년 쌀 재협상에 대비하고 국내 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더 이상 국제가격에 비해 4배 이상 비싼 쌀값을 유지하면서 현 농업구조를 끌고 가는데는 한계를 느낀데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쌀 시장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과 내년부터 시작되는 쌀 재협상 등으로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특히 DDA 협상에서 주요 의제가 되고 있는 관세와 보조금의 대폭적인 감축이 현실화 되면 수입쌀과 국산쌀의 경쟁이 바로 시작된다.
이 같은 상황은 1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 이미 예고된 것으로 벌써 몇 년 전부터 정부의 적절한 정책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그 동안 추곡수매가를 올리면서 농정 보조금으로 57조원의 돈만 쓰면서 농민이 반대한다고 이유로 내려야 할 수매가를 해마다 올려놓기만 했다.
이로써 국산 쌀과 수입쌀의 가격차만 더 벌어져 경쟁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2%의 가격인하는 수입쌀과 가격차를 감안하면 큰 의미가 없는 인하율이다.
정부, 농민 모두 이제는 그 같은 인식아래 현재 바로 직면한 인하율 문제에만 급급하기 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쌀 상황을 바라보고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논농업직불제나 소득보전직불제 같이 농가소득안정을 위하는 제도를 내실화하고, 쌀 농사의 규모화와 고품질화로 국산 쌀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정부안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여야 정치권도 향후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정책을 이끌어 가는 것이 필요하겠다.
권경희 기자 kkh@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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