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거니는 순한 양처럼 금년 한 해는 모든 일이 순조롭고 평안하고 행복과 희망을 듬뿍 주는 한해가 되기를 소원하면서 옛글에 ‘여림심연 여리박빙(如臨深淵 如履薄氷)’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깊은 연못가에 서 있는 듯 하다’는 말과 ‘살얼음(얇은 얼음)을 밟는 것 같다’는 말로 해석된다. 한 마디로 아주 위험하고 불안한 상태를 말한다. 어린아이가 연못가에 서 있는 것도 불안하며 살얼음을 걷는 것도 불안하다.
이 옛 글의 속성은 인간사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 사회는 어디든 불안(不安)으로 떨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살얼음판을 딛고 걷는 사람의 마음처럼 언제나 초조감 속에서 허덕대고 있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불안의 가장 큰 요인은 인간이 지켜야 할 법(法)을 잘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된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사람이다’라는 말도 인간 범죄의 두드러짐을 표출해낸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해야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아이러니(irony)한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이 제일 무서운 것은 법을 어기는 인간이 많아 건전한 사회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데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공식적인 기관이 경찰이며 그 경찰의 작은 소대가 파출소이다. 파출소는 관할지역에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과 발생과 동시 신속 출동 범인검거 등의 적소(適所)인 곳이다.
그런데 지난 한해동안 파출소 여러 곳에서 불상사가 발생했다. 술 취한 행인이 시너를 파출소에 뿌려 방화를 했는가 하면 순찰차나 총기 등을 탈취하는 사건도 잇달았다. 이로 인해 경찰관들이 살해를 당하는가 하면 중화상을 입은 크나큰 피해도 있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그리고 사회 질서를 위해 불철주야 근무하는 경찰관들에게 불안을 안겨주었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더도 덜도 말고 금년 한해는 양(洋)처럼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양의 속성은 아름답고(美), 착하며(善), 옳고(義), 상서로운(祥) 것으로 알려졌다. 이 네 가지 덕목을 우리는 양심에 담고 한해를 보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네 가지를 인격 속에 접목시키려면 무엇보다도 법(法)을 지켜야 한다. 좀 더 깊은 성찰을 해보면 법을 지키는 일은 경찰관에 대한 예우라는 생각도 든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큰일을 많이 해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었고 부산 아시안게임 등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지방선거 및 16대 대통령선거도 성공적이어서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제 양의 해에는 폭력과 부패문화가 완전 사라지고 서민생활에 안정을 기하는 원칙이 서야되며 파출소가 범죄의 표적이 안 되는 한해가 되기를 간곡히 소망한다.
서산경찰서장 총경 이 종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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