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왜? 어떻게? 뭐야? 이 때 대부분의 어머니는 몰라, 그거 만지면 안돼, 가자, 가끔씩 ′글쎄′라고도 대답한다. 그러다가 아이들의 끝없는 질문세례에 지치면 스믈스믈 밀려오는 짜증을 폭발시킨다.
그래서 엄마들은 그 많은 호기심을 단숨에 떨쳐주기 위해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나 보다. 음악학원, 컴퓨터학원, 미술학원, 보습학원, 무용학원, 연기학원 댈래면 끝도 없는 학원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그렇다면 호기심(好奇心)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기이한 것에 대한 관심이다. 나도 모르게 이상하거나 신기한 일이나 대상에 끌려 정체나 내용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바로 호기심이다. 호기심이 없다면 철학도 과학도 컴퓨터 자판도 호기심이란 단어조차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이들은 그림 그리고 조형물을 만들며 몸을 움직이는 등의 ′백 가지 언어′를 활용한다는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시의 연구결과대로라면 아이들은 끊임없이 표현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많은가 보다.
그렇기에 TV와 학원에 갖혀 있기엔 아이들의 상상력은 너무나 풍부하다.
지난 9월 1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는 건물전체를 아이들에게 내 줬다. 딱딱한 플라스틱 미키마우스인형은 만지려고 손을 가져가면 없어져 버리고 양쪽으로 몸이 붙은 말은 손을 대면 소리를 낸다. 황소의 눈이라는 제목의 노란색 대형 풍선은 다가서면 서로 눈을 맞댄다. 볼 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공간도 있어 셀로판 테잎을 오려붙여 기하학적인 슬라이드 사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있는 미술관에서 뛰거나 작품을 함부로 대하는 아이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디서든 극성을 부리는 아이들이 미술관에만 오면 얌전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미술관이란 공간에서는 자극 받은 호기심을 바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인 듯싶다.
이번 전시가 놀이라는 주제를 갖는 이유도 그것이다. 골목과 놀이터에서 끌려나와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피해 때리고 부수는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을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공간으로 초대함 자체가 놀이라는 것이다. 이제 방학이 끝나서 아이들은 더 바빠지겠지만 한 번쯤 학원 대신 미술관에 들러 호기심을 푸는 숙제를 하는 것도 좋겠다.
이유정 기자 iyj@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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