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장 잠수함이 전시돼 있는 통일안보전시관을 지나 정동진 방면으로 향하는 해변 도로 오른쪽에 주차장이 있다. 2000년 정동진 밀레니엄 해돋이 축제를 위해 만든 것으로 정동진이 관광명소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99년도에 강릉시에서 건설한 것이다.
이 주차장 건설로 인해 강릉시는 대규모로 밀려드는 관광차량을 무리 없이 수용하여 축제를 성황리에 치룰 수 있었다.
그러나 문화관광사업을 위해 주차장을 건설하고 관광지 주변을 정돈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안일하고 비상식적인 행정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자원낭비를 지적하고자 한다.
원래 주차장 자리에는 약 2만여톤 이상, 3층 건물 높이 정도의 석탄이 쌓여있었으나 강릉시의 정동진 밀레니엄 해돋이 행사준비를 위해 주변지역을 정비하면서 주차장 건설의 필요성과 미관상의 이유로 석탄을 99년 10월경에 주차장 바로 뒤 개방산으로 옮겼다. 이 석탄은 정동진 주변 46개 탄광에서 채광된 것으로 열효율이 낮아 석유나 고급 석탄과 혼합해서 사용해야만 표준 열량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팔지 못한 것을 영동화력발전소에서 구매하기로 하고 임시로 저장하고 있던 것이다.
개방산은 본래 탄광이 있던 곳으로 산 중턱에서 노두(노출된 광물)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산 곳곳에 석탄이 매립돼 있으나 질이 낮아 개발하지 않고 있다. 그 중 채광을 중단하고 폐광된 자리에 주차장에 있던 석탄을 옮겨놓은 것이다.
산 입구에서 폐광산 까지는 예전에 채광한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도로가 있으며 이 도로는 경석으로 다져져 있다. 경석은 재활용 가능성을 심사해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시멘트 부원료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폐기물 관리법에 의해 폐기물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광산 보완법에 의해 경석이 광산 안에 있을 경우는 폐기물로 인정되지 않지만 광산 밖으로 배출될 경우에는 폐기물 관리법에 의해 폐기물로 인정한다. 경석에는 망간, 알루미늄 등의 중금속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개방산에 있는 경석은 도로포장에 사용됐을 뿐 아니라 축대까지 갖추고 도로주변에 쌓여있다. 폐기물 관리법에 명시돼 있듯 경석이 광산 밖에 저장돼 있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돼고 있는 것이 불법이라는 점에 대해 심시장은 “경석이 도로 정비를 위해 사용되는 것은 상관없지 않느냐”며 자신없는 대답을 했다.
게다가 도로 옆에 흐르는 갱내수는 유황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경석에 포함된 유해물질로 인해 바닥이나 주변돌이 모두 산성화되었고 물고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유황성분이 함유된 폐수로 인해 근처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촌계에서 장마만 지나면 현장 답사를 오고 시에 민원을 제기하지만 강릉시에서는 대책 마련은커녕 사항은 알지만 상태는 모른다는 식의 탁상행정만 계속하고 있다.
폐광지역에 저탄돼 있는 석탄은 초록색 차광막을 넓게 덮고 폐타이어와 철근으로 지지시켰을 뿐이다. 작년 11월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군데군데 찢겨져 있던 차광막은 새것으로 교체가 되었지만 가운데가 움푹 파이고 주변에는 분탄이 흩어져 있고 군데군데 물웅덩이에 탄이 섞여 아지랑이가 이는 것으로 보아 비로 인해 탄이 씻겨 내려갔음을 짐작할 수 있었고 채광막이 덮인 곳 주변에는 빗물이 고인 검은 진흙탕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심기섭 강릉시장과 삼림과, 건설행정과 등 강릉시의 담당공무원은 “석탄관리와 관련된 환경문제와 석탄관리 등은 석탄합리화사업단의 책임이며 강릉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기 저장된 석탄은 비상시를 대비한 비축량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관계 공무원은 개방산에 저장돼 있는 석탄은 ‘폐탄’이라고 주장해 관계 기관 공무원들의 개방산 저장탄에 대한 생각도 상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담당공무원은 저장돼 있는 석탄이 에너지 비축량이라고 주장에도 불구하고 석탄이 이전되기 전부터 개방산내에 위치하고있던 1급 보완물 저장소와 500미터 정도의 거리에 석탄을 저장했으며 주변에 침출수 방지시설과 정화시설을 전혀 설비하지 않고 도리어 기자에게 그런 시설이 없더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심기섭 강릉시장은 “개발을 위한 환경파괴는 있을 수도 없고 환경을 위한 개발을 추진하자는 것을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는 강릉시의 정책목표에 상반되는 행정업무가 최근 들어 떠들썩해진 강릉시의 행정방식과 시장의 자질문제를 거론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유정 기자>iyj@k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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