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씨가 12일 녹음테이프 일부를 제출한데 이어 한인옥(韓仁玉)씨가 직접 김도술(55) 전 국군수도병원 주임원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이정연(李正淵)씨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원사는 "돈은 그럼 누구한테 받았어요?"라는 김씨 질문에 특정인을 지목한 뒤 "전부 다 현금으로."라는 추궁이 이어지자 "예"라고 분명히 대답했다.
또한 "춘천병원, 병무청, 다방."이라는 김 전 원사 진술도 있어 그가 특정인에게 소개해 준 사람과 금품수수 장소까지 실토했을 가능성이 높다. 녹취록에는 김 전 원사가 "97년 대통령 선거 때 병역비리가 문제가 되어 시끄러울 때 전화가 와서 그 때 이(회창)씨와 (한인옥)씨는 TV에 자주 알게 됐습니다. 보충대에 체중미달로 부탁"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돼 있다. 이회창씨와 한인옥씨 이름은 기자들이 삭제된 부분을 불빛에 비춰 본 결과 확인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측 인사가 "녹취록에는 한씨가 병무청 앞 모 다방에서 김 전 원사에게 직접 돈을 건넨 것으로 돼 있다"며 "또한 한씨측과 김 전 원사를 연결시켜준 변재규 전 준위의 이름도 명시돼 있다"고 밝혀 파문의 강도는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미국 체류중인 김 전 원사는 이날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김씨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사기"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한씨에게 청탁을 받은 적도, 군 검찰에서 그런 진술을 한 적도 없는 만큼 목소리 대조작업을 벌여보면 금방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김씨로부터 조사를 받은 사실조차 없다"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녹취록에서 김 전 원사가 정연씨 면제를 청탁한 것으로 언급된 변씨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98-99년 검.군 병역비리 1차 수사를 맡았던 이명현 중령은 "김대업씨로부터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김도술씨 얘기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안다"며 "병역비리에 연루됐던 김도술씨가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아 김대업씨로 하여금 수십차례에 걸쳐 독대자리를 마련, 설득하도록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중령은 특히 "당시 병역비리 관련자들이 매번 진술을 번복하는 일이 많아 김대업씨가 보이스펜(녹음기)을 갖고 녹취를 했다"며 "그러나 녹취 내용 중 정연씨와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날 공개된 내용이 A4용지 한 장에 불과한데다 이미 드러난 인물인 이 후보와 한씨의 이름까지 여백 처리한 점 등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테이프 조작설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한 상태라 진실규명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윤만형 기자> man@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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