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어딜 가나 고층 아파트의 물결이지만, 그 높이만큼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진 것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 만든 물질 아래로 전락했고, 사람들 사이는 무관심이라는 벽이 생겼다. 이제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이제 무색할 정도이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삭막한 이웃과 풍경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지만 자신이 가진 작은 재산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어 쓰고, 방송 프로그램이나 구좌를 통해 작은 정성을 보내는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시장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차가운 도시락, 불구자가 된 사람과 그의 애인의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슬픈 사랑, 자살하려던 남자의 마음을 돌린 인형장수 등 40편의 이야기들은 너무 큰 감동으로 다가와 마치 실화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저자가 수 년 동안 노량진에서 학원 강사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을 통해 듣고, 자신이 직접 보았던 이야기를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낸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러한 작업들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고,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한다. 글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저자 자신이 직접 카메라와 펜을 들고 그려내며 4여년 동안 이 작업을 진행했다. 몸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게 힘을 주었던 것은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애정 때문이었다.
이 책은 염화칼슘을 뿌린 인공길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태우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들이 눈길에 미끄럽지 않게 내려가도록 길이 되어주는 연탄이 있는 우리 이웃들의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연탄길이 될 것이다.
<김동진 기자> dong@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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