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용인에서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이 붙잡아 넘긴 연쇄살인사건용의자 중 한 명을 놓쳤던 사건 때문에 한동안 구설을 피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카드 빚 때문에 무고한 목숨을 다섯이나 빼앗아 전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이번 사건은 인간성 말살이라는 반인륜적 메시지와 카드회사의 무분별한 발급 및 현금·대출서비스 뿐 아니라 용의자 한 명을 놓친 데 대한 경찰의 직무유기까지 덧붙여 사회 이슈로 대두됐다.
이슈가 되는 어느 하나 경중을 가리기 힘든 사안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성문제는 불거져 나오고, 카드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쏟아져 나오는 사태에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국가 차원의 골칫덩이가 돼버린 문제다. 이런 경우 국민들이 가장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문제는 ′그래서 범법자들이 잡혔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용의자를 놓친 경찰은 도마 위에 자진해서 올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놓친 용의자 김모(29)씨가 지난 1일 오후 포항 남부경찰서에 검거되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된 형편이지만 파장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호송절차의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격투를 벌인 사설경비업체 직원이 예닐곱 명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경찰 혼자 용의자 둘을 호송하기란 누가 봐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행범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고 경찰 두 명 이상이 대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경찰은 ′기본′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차안에 키까지 꼽아놓은 상태였고 용의자에게 수갑도 채우지 않았다. 경찰장비의사용기준등에관한규정 제4-5조에 의하면 ′호송 시 경찰관은 최소한의 범위안에서 수갑 포승 또는 호송용 포승을 사용할 수 있고 정신착란자의 자살 또는 자해기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수갑 포승 또는 호송용 포승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언론이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의 용감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이 국민의 녹을 먹는 경찰은 상패를 전달한다는 둥 부랴부랴 경찰 내부로 초점이 이동하는 것을 막았다. 또한 사건 당일 오전 10시부터 용인경찰서에서는 어머니자율방법대와 지역방범대 등 주민 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방법과 주관으로 공청회를 열어 ′민간경비업체 범죄대응능력 강화방안′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경찰은 강의에서 이날 새벽 사설경비업체가 인계한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를 놓친 사실을 숨기고 살인용의자와 격투 끝에 1명을 붙잡고 1명이 도주했다고 간단한 경위설명을 했다. 이에 대해 용인경찰서 방법과 모 경장은 "언론에 밝혀진 것이 모두 사실"이라면서 "이미 1달 전부터 예정돼 있던 강연이라 미룰 수 없었고 기자 브리핑 등 이번 사건으로 인한 업무 때문에 주제발표 중심으로 30분만에 끝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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