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율과 관련해 최근 말들이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집권 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민주당이 그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리얼미터가 SBS 의뢰로 지난주 목요일에 조사한 민주당의 지지율은 16.7%였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낮다고들 하는데 그보다도 더 낮고, 한나라당 지지율의 절반 밖에 되지 않으니 민주당 지도부나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믿겨지지 않을 겁니다.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전문가들의 진단은 인물난, 즉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카드에 맞설 유력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두 번째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의 한계, 세 번째는 정권교체 이후에도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 등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정체시키고 있는 주요 원인들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의 의견 말고 국민들의 의견은 어떨까요? 첫 번째 인물난부터 살펴볼까요? 국민들의 의견 역시 전문가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리얼미터가 매주 비공개로 차기 대선 주자들에 대한 지지율 조사를 하고 있는데, 한나라당 후보군의 합과 민주당 후보군의 합을 비교해보면 인물난으로 인한 지지율 정체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즉, 한나라당은 지난주 박근혜 전 대표 혼자서만 42.6%, 박 전 대표를 포함한 전체 한나라당 후보군의 지지율 합이 무려 58.4%로 집계됐습니다. 10명중 6명 가량이 한나라당 정치인들을 선호하는 것이죠. 반면 민주당은 정동영 전 장관 10.3%를 포함해 후보군의 전체의 합이 21.2%로 박근혜 전 대표 개인의 지지율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씨없는 수박’, ‘불임정당’ 등의 오명이 근거 없어 보이지 않는 대목입니다.한나라당의 경우 60%에 가까운 유력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40% 안팎의 당 지지율을 끌어주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민주당의 경우 대선 후보군의 당 지지율 제고 동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최근 정동영 전 장관이나 손학규 전 대표 등 유력 후보들의 재보선 도전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다음으로 지역 기반과 관련하여 살펴보지요. 한나라당은 호남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고르게 3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반면에 민주당은 호남 지역에서만 30% 이상이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모두 20% 이하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지율이 높은 호남 지역은 인구비율이 전체 유권자중 10% 가량 밖에 되지 못하니, 전국적인 지지도 제고는 힘겨운 것이죠. 민주당 지지율의 지역편중은 앞서 언급한 인물난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전국적으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에 비해 정동영 전 장관 등 민주당 후보군은 호남 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까요.그렇다면 그 외에 어떤 이유들이 있을까요? 아예 대놓고 유권자들에게 민주당 지지율이 왜 낮은지 물어봤는데요. ‘민주당이 무조건적인 비판을 해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응답이 29.5%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무려 60.2%가 무조건적인 비판 때문에 민주당이 고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는 최근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 정당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자평 하지만, 유권자 4명중 1명 이상은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당의 이미지가 쉽게 바뀔 수 없음을 나타내줍니다. 민주당이 네거티브 이미지에서 포지티브 이미지로 바뀌기 위해서는, 의원님들께서 앞으로는 같은 말씀을 하셔도 인상 쓰지 않고, 부드럽고 예의있는 어조로 하신다면 포지티브 이미지로 많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국회에서 발언하는 의원들의 말씀을 오래 기억하기 보다는 삿대질하고 고함지르는 표정을 더 오래 기억할 수 밖에 없거든요.

2위는 24.9%를 기록한 ‘지도부 리더십의 문제’인데,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는 이 항목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민주당 지지자층의 26.1%가 지도부 리더십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정세균 대표가 물론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정 대표 스스로가 대중에게는 여전히 낯선 게 사실입니다. 민주당 대표가 누구인지 유권자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조사해봤더니, 44.6%로 기대이하였습니다. 유권자 50% 이상이 민주당 대표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는 거죠.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당 대표 선수에 대한 홍보도 신경을 쓰셔야 되겠습니다. 뭘 알아야 ‘선플’이든 ‘악플’이든 달 테니까 말이죠.세 번째는 ‘스타 정치인이 없어서’라고 응답을 했는데, 12.1%로 나타났습니다. 박근혜, 정몽준, 오세훈, 김문수 등 예비후보 군이 즐비한 한나라당에 비해 민주당의 ‘불펜’이 취약하다는 것이죠. 미국 민주당이 2004년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오바마라는 ‘씨앗’이 심겨져서 결국 이번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처럼, 한국의 민주당도 자생적이든, 아니면 인공수정이든 ‘씨앗’이 심겨져야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네 번째는 야당답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9.5%로 뒤를 이었습니다. 우스갯 소리로 ‘집권야당’ 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야당된 지가 1년이 다 되가는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야당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4위에 랭크됐다는 점은 민주당 지도부가 고심을 해야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고심이라고 표현을 한 이유는 그것이 쉽지 않은 주문이기 때문입니다. 야당다운 야당의 정의가 무엇일지 간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의 실책을 비판함에 있어서도 잘못하면 무조건적인 비판, 대안없는 비판이라고 욕을 하니까요.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는 민주당 스스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 보입니다. 다섯 번째는 이념적 좌표가 모호하다는 점이었습니다. 9.1%가 그렇게 답을 했는데요. 리얼미터가 유권자 스스로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냐, 보수냐, 중도냐를 물어본 다음 정당지지도를 물어봤는데,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유권자가 민주당을 가장 많이 지지하긴 했지만 23.2%에 불과했습니다. 보수적이라는 응답자의 59.%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과 대조적이죠.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유권자의 20.1%는 한나라당을, 12.7%는 민노당을 지지한다고 밝혀서 분산돼 있었습니다. 중도적 유권자 역시 한나라당이 29.2%로 민주당 19.2%보다 높았습니다. 유권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프로야구로 치면 기아-롯데 경기에서 기아 응원석에 롯데 팬들을 불러모으려고 애쓰기 보다는, 기아 팬들만이라도 꽉 채워서 만원사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기아팬들까지 기아응원석에 오지않고 상대 응원석에 있는 격입니다.

그리고 민주당 로고를 보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씌여져 있는데, 그들 중산층과 서민은 과연 민주당을 많이 지지할까요?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중 가장 많은 40%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고, 민주당은 15%에 그치고 있습니다. 서민층이라 할 수 있는 저소득층에서도 30% 대 19%로 한나라당에 뒤처지고 있어, 고소득층(한나라당 30% vs 민주당 17%)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보수적 유권자와 고소득층은 차치하고라도 진보, 중도 유권자와 중산층, 저소득층 유권자층에서 만큼은 선두를 지켜야 하는데, 그들 유권자들에게 조차 한나라당의 대안세력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당최 기회가 없는 걸까요?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의 격차가 가장 줄었던 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세요? 바로 쌀직불금 문제가 터졌던 지난 10월 중순으로 한나라당이 29.2%, 민주당이 24%로 양당간 격차가 오차범위내로 사정권에 잡혔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시적인 반사이익만 누렸을 뿐, 얼마 안가서 '요요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직불금 사태를 잘 활용하지 못한데다, 10.29 재보궐 선거 참패와 김민석 최고위원 영장청구로 좋은 기회가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상대팀 수비진이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장외의 충격 때문이었는지 공격 포인트를 얻지 못한 것이죠.리얼미터가 ‘무릎팍도사’도 아니고, 민주당이 의뢰하지도 않았지만, 리얼미터. 이제 나름대로 민주당의 ‘고민타파’ 들어가 보겠습니다. 민주당. 민주당은 역사가 오래된 명문팀입니다. 그런데 몇해전 새로 취임한 구단주가 팀을 새로 창단해 팀이 두갈래로 나뉘어졌다가, 팀 성적이 좋지 않자 다시 팀을 하나로 합쳤고, 당명도 몇 차례 개명 과정을 거치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시계 침이 가만히 멈춰만 있어도 하루에 2번은 맞을 텐데, 이리저리 럭비공처럼 움직이니, 하루에 한번도 시간을 못 맞추게 된 거죠. 유대인들이 출애굽하여 40년을 광야에서 해매였을 때처럼 그 과정에서 팀도 상처받고 팬클럽도 상처를 받아, 현재 스코어, 주전 선수들 일부는 팀에서 이탈한 상태고, 떠났던 팬클럽도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떠났던 팬클럽들도 팀만 재정비 되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맘 굴뚝일겁니다. 문제는 팀에 있다는 거죠. 명문팀으로의 거듭남. 그건 사실 어렵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왕 시계 침으로 예를 들었으니 계속 시계 침으로 설명을 해볼까요? 국민들은 초침과 같습니다. 정말 쉬지도 않고 열심히 뛰고 있지요. 누가 뭐랬건. 아주 긴다리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어김없이 한발자국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한 바퀴 돌면 분침을 한번 밀어주지요. 힘을 다해. 4년에 한번 유권자들이 국회의원들을 밀어주듯이. 그렇게 60바퀴를 돌다보면 시침이 한번 돌아갑니다. 5년에 한번 정권교체의 기회를 주듯 말이죠. 그런데 민주당의 분침은 그동안 모터에서 이탈하거나 돌다 말다 했고, 그러다 보니 시침도 못밀어줘서 정권을 빼앗기고, 그동안 달려온 10시간을 잃어버린 10시간이라고 모욕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분명한건 여당이 모욕을 주고 야당탄압을 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언젠가는 다시 민주당에 기회를 준다는 겁니다. 그걸 기다렸다가 1분씩 전진하면 어느덧 시침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생길거구요. 시간이 잘 맞으면 국민들은 그 시계를 자주 쳐다 보게 되고, 약도 잘 갈아줄 겁니다. 야구로 치면 말이죠, 한참 스코어가 뒤처지고 있을 때 홈런을 치려고 발버둥치기 보다는, 단타를 쳐서 주자를 모으는 게 더 필요한 겁니다. 번트라도 치고 볼넷이라도 골라서 진루해야 합니다. 헛스윙 삼진 같은 건 물론 피해야겠지요. 그러다 주자가 모이면 난세에 영웅이 나오듯, 당내에서 누군가 역전 만루홈런을 칠 수 있을겁니다. 정 대표님 이하 민주당 의원님 당직자 여러분. 지금이 어쩌면 기회일수도 있습니다. 현 정부가 경제 위기를 잘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 여야를 떠나 과거 10년간의 정권에서 활약했던 유능한 인사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중산층과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져가고 있는 요즘. 그 해법을 제시해 줄 수만 있다면, 미네르바에 홀려있는 군중들이 다시 민주당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할 거고, 노란토끼 얘기가 나와도 새삼 두려워지지 않을 겁니다. 직불금 사태로 차려진 밥상은 민노당에서 먹었고, 금융위기로 차려진 밥상은 미네르바가 먹고 있지만, 그 밥상 민주당에서 뺏어서라도 드셔야 합니다.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했지요? 2010년이면 정권교체 3년 만에 치러지게 될 지자체 선거가 민주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중요한 승부인 만큼, 그때까지 와신상담 준비해야합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국민들이 지적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하나 하나씩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지워 가십시오. 대안이 있는 정책 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지도부의 리더십이 강력한 정당으로 탈바꿈하며, ‘씨앗’이 될만한 잠룡들이 나타나 선의의 경쟁을 하고, 일관된 이념적 지향성을 보여준다면, 초침은 60초에 정확히 한번씩 민주당을 밀어 줄 것입니다. 그때마다 1분씩 정진하십시오. 그럼 가끔 패착을 둘 때도 있을 한나라당을 언젠가는 추월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언제’가 언제일지는 민주당 스스로에게 달려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확고한 신념은 반드시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설파한 성공학의 거장 클로드 브리스톨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연처럼 보여도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손수 엮은 패턴들이 움직인 결과다.” 지금부터라도 잘 엮으시기 바랍니다. 진심으로! 겨울비 내리는 여의도 사무실에서리얼미터 대표 연구원 이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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