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프랑스를 공식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6일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프랑스 간 긴밀하고 포괄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재확인하고 이를 한층 격상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소르본느 대학 연설에서 "동북아에 EU와 같은 개방적 지역통합체를 만들고 이러한 질서가 세계질서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혀, 미래지향적인 한·EU관계 발전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 수교 120주년 앞두고 한·불 협력관계 격상 노 대통령과 시라크 대통령은 2006년 한국과 프랑스 간 수교 120년을 앞두고 양국의 꾸준한 실질협력 관계 강화에 대해 만족을 표명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21세기를 위한 포괄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자신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설명하고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세계문화에 대한 프랑스와 유럽의 지도적인 역할을 평가했다.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문화·예술의 전통과 더불어 선진 과학기술 및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동적인 외교로 국제무대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인정받는 나라이다. 따라서 프랑스는 한국의 대 유럽관계 강화와 경제·통상 및 대외관계의 다원화·선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다. 한·프랑스 간 새로운 협력관계의 발전은 오늘날 양국의 역동적인 국제적 위상과 다방면에서의 상호간 실질협력 심화 가능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호혜적인 협력관계 구조를 재확인하고 이를 적극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으며,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한 공통인식을 확인했다. □ 경제·통상 및 과학·기술분야 실질적인 협력 확대 두 정상은 한·프랑스 양국 간에 그 동안 지속되어온 괄목할 만한 실질협력관계 증진에 만족감을 피력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관계가 더욱 증진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 정상은 양국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금년도 50억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양국간 교역을 앞으로 확대할 여지가 크다고 보고, 가까운 장래에 교역규모를 배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번 한·프랑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통상·투자 성과사업으로는 Total(정유 회사), 르노자동차 등 프랑스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 LG 전자의 프랑스내 유럽 R&D 센터 설립, 현대 중공업의 프랑스 선박수출 계약 체결, 양국 정부기관간 에너지 협력 약정 체결, IT분야 협력 MOU 체결 등 다양한 교류협력이 이루어졌다. 나아가, 두 정상은 고속전철(KTX)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항공 우주·생명 공학, 나노 등 첨단산업분야에서의 기술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의 한국 다목적헬기(KMH) 사업 참여에 대한 관심을 피력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관해 장기적으로 상세히 검토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양국 관계는 강점 분야가 서로 달라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지적하고, 우주 및 과학기술 협력사업에도 기대를 표명했다. 두 정상은 또한 이번에 두 나라간 사회보장협정이 협상 8년만에 체결된 것을 환영하고, 이것이 양국의 경제교류에 좋은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문화 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에 대해 만족을 표시하고,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적극적인 평가도 있었다. 특히 시라크 대통령은 한국의 영화 예술가들의 높은 수준을 평가한다고 언급하기까지 해, 앞으로 이 분야에서 실질협력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 적극 준비 합의 두 정상은 2006년 수교 120 주년 기념행사를 적극 준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1886년 한·프랑스 우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1949년 재수교한 한·프랑스 양국은 수교 120주년을 양국 우호의 발전적 계기로 삼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1986년 한·프랑스 수교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파리시내에 '서울광장'을 조성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 행사가 파리와 서울에서만이 아니라 각국 서너 개 주요 도시에서도 벌어지는 행사가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외규장각 도서문제의 해결을 위해 시라크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으며, 양 정상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양국 전문가 및 당국간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1993년 한 불간 '교류와 대여' 원칙이 합의되고 1998년 '협상 대표간 협상' 이후 중단되었던 외규장각 도서문제가,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간 협상'이 재개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희망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과 남북관계의 현황에 대해 설명했으며, 시라크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관계국들의 진지한 노력으로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설명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한 프랑스의 지원을 당부했으며, 시라크 대통령은 이에 대해 프랑스측의 기여 의사를 확인했다. 프랑스는 에스토니아와 함께 EU 회원국 중에서 북한과는 미수교 상태인 국가이나, 시라크 대통령은 앞으로 프랑스와 EU 차원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동향을 감안하되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밖에도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뿐만 아니라 대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등 공동 관심사인 범국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공통의 인식을 공유함을 확인했으며, UN 등 주요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을 다져나가기로 했다. EU의 핵심국이며 국제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프랑스와 IT강국인 한국과의 협력 강화는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 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