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추락한 F-15K 전투기의 사고는 기체나 엔진결함이 아닌 조종사의 의식 상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F-15K는 조종사가 기체 고도를 높이려다 가중한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의식을 잃어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공군은 고도가 낮아진 상태에서 조종사가 이를 회복하면서 순간적으로 중력가속도(G)에 노출되어 의식을 상실(G-LOC)하면서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고기의 기체나 엔진에는 아무런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 G-LOC은 전투기의 출력속도가 높아지면서 건장한 체격의 일반인이 견딜 수 있는 6G 보다 높은 7~9G까지 상승, 조종사의 뇌로 보내지는 혈액량이 줄어들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의식상실 현상이다. 사고 당시 조종사 2명은 9G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조종사가 적기에 대한 공대공 공격을 가한 후 적기의 반격을 회피하고 재공격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술기동에 집중하던 중 전투기의 강하 자세가 깊어지고 비행고도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공군작전사령부 안전과장인 박준홍 이사관은 "두 명이 탑승한 전투기의 전방석 조종사가 G-LOC에 빠지면 후방석 조종사도 거의 G-LOC에 걸리게 된다"며 "이런 사고의 발생 확률은 높지 않지만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설명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엔진 제작사인 GE(제너럴일렉트릭) 요원들, 국방과학연구소 등 전문가들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정밀조사를 실시해 왔다. 공군은 블랙박스라 불리는 ‘ECSMU’는 인양하지 못했지만, 기체 잔해의 약 75%를 인양했으며, 사고원인 규명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엔진부품, 항공기의 결함을 지시해주는 경고장치, 조종면 작동장치, 흡입공기 조절장치 등을 수거했다. 조종사 휴대용 비행기록장치(DVR)도 인양해 미국 제작사에서 한국 공군요원 입회 하에 자료 복구를 시도했으나 추락 시 충격으로 메모리칩이 심하게 손상돼 데이터 복구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사고기는 6월 7일 오후 7시42분 해상 야간요격훈련을 위해 3기로 구성된 편대의 임무 편대장기(1번기)로 대구기지를 이륙, 오후 8시11분께 포항 동쪽 해상에서 가상 공대공 공격과 전술기동을 하던 중 고도 1만 1,000피트에서 "임무중지" 송신을 한 뒤 16초 후에 해상으로 추락했다. 공군은 사고재발 방지 차원에서 조종사들의 항공생리 훈련 체계를 보완하고 신형 G-LOC 훈련 장비를 조기 도입할 계획이며 모든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이번 사고의 원인과 재발 방지책을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F-15K의 비행훈련은 이달 21일부터 재개하되 임무 난이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기로 했다. 총 40대를 도입하는 F-15K 전력화 계획도 계획된 일정에 따라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F-15K는 현재까지 추락기를 포함, 6대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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