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주요 입법안 심층분석] 비정규직 관련 법률 개정안
우리 사회의 오랜 갈등의 불씨였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법안이 입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들 법안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 원칙을 명문화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 진전이라는 평가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나는 등 근로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2001년 이후 비정규직은 해마다 80만 명가량씩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정보화와 서비스산업 발달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고용조정이 쉽고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이 확산되는 반면 대기업 정규직은 과보호받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 통합과 경제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최근에는 비정규직의 근로조건·복지 등의 차별, 사회안전망 취약, 위법·탈법행위 등이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임단협을 통해 비정규직을 보호하나 중소기업은 완전히 배제돼 있는 상태다. 2004년 8월 현재 비정규직 540만 명 중 93.1%인 502만 명이 30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법적 기준 마련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보고 입법을 통한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정부는 2003년 11월 노사정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처음으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 입법예고와 공청회, 시민단체 간담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2004년 11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2005년 2월 이해관계자들의 마찰로 법안 심의가 지연돼 이번 정기국회에 다시 상정했다. 비정규직 법안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제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중 개정 법률안」 등 2개다. 법안의 기본 방향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금지와 남용 규제에 중점을 두되 고용의 유연성도 감안했다. 두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비정규직(기간제·단시간근로자·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 금지 원칙을 법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금지 규정이 없다. 다만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만 차별 금지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비정규직 차별금지 원칙 명문화현재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65% 수준이다. 또 각종 사회보험 적용률도 현저히 떨어지는 형편이다. 임금의 경우 경력, 근속연수, 자격, 기업 규모 등과 같은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을 제외한 고용 형태에 따른 차이는 10~20%로 추산된다. 이들 법안이 통과돼 차별금지가 의무화될 경우 이 같은 임금·복지 등의 차이는 상당히 해소될 전망이다. 입법안에 따르면 차별 금지와 함께 노동위원회를 통한 시정도 가능하도록 했다. 노동위원회의 시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법원에 불복을 제기할 수도 있다. 또 조정제도를 활성화해 조정 성립시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갖도록 했다. 만약 사업자가 확정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법안은 이 같은 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공급 체계의 일반화, 낮은 노조 조직률 및 단체협약 적용률 등 적용 요건이 조성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이를 법에 명시하지 않았다. 차별대우에 대한 세부적 판단 기준도 법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차별의 양태가 다양해 법에 명시할 경우 오히려 혼란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근로자 개인의 경력, 생산성 등에 따른 차별 여부는 판단이 어려우나 유사 업무를 하면서도 과다한 임금 또는 복지 격차가 있는 경우 차별로 판정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간제·파견근로자 사용기간 3년으로 연장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현재 근로계약 기간은 1년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나 근로계약의 반복 갱신에 대한 제한은 없는 상태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업주들은 1년마다 반복갱신을 남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앞날이 불투명한 한시적 근로자가 계속 늘고, 근속기간도 늘어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새 입법안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초과 사용시에는 해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3년이 지난 후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을 종료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에도 근로관계가 지속되면 무기 근로계약으로 간주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특정 프로젝트 완성, 50세 이상 근로자, 전문직종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었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을 3년으로 설정한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기간제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25개월 정도로 80%가 3년 이내의 근속기간을 보이고 있다. 만약 2년으로 정할 경우 2년 이내에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 교체하는 등 노동시간 교란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3년 정도 근무한 숙련된 근로자를 교체할 경우 사용자도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무분별한 교체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현행법에는 단시간 근로자의 법정근로시간 내 초과근로에 대한 규제 또한 없다. 그러나 새 법안에는 법정근로시간(주당 40시간) 이내라도 1주일에 12시간 이상은 초과근로를 못하도록 했다. 예컨대 편의점 등의 아르바이트 학생에 대해 약속과 달리 주인이 임의로 1주일에 12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시키지 못한다. 2004년 8월 현재 파견근로자는 11만7,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파견은 26개 업무에만 허용된다. 이번 법안은 불법 파견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언적으로 규정돼 있는 차별금지를 기간제·단시간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법으로 명문화하고, 시정도 같은 절차로 하도록 했다. 현재 파견 기간은 최장 2년으로 파견 기간이 끝난 후 다른 파견 근로자로 교체 사용이 가능하다. 상시 파견 사용에 대한 법적 제한이 없다. 또 파견 근로자를 2년 넘게 사용할 때는 사업주의 고용의제가 있다. 그러나 불법 파견시 고용의제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이 없고, 고용의제에 대한 근로조건 규정도 없다. 또 불법 파견시 파견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사용 사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새 입법안은 파견 근로자에 대해서는 권리를, 사업주에 대해서는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우선 파견 기간을 기간제 사용 기간에 맞춰 최장 3년으로 연장했다. 동일한 파견 근로자를 3년 넘게 사용할 경우에는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하며, 위반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직접고용을 했을 때는 동종 근로자가 있으면 동일 대우, 없을 경우는 기존 근로조건 저하 금지 등 근로조건 규정도 두었다. 불법 파견에 대한 사용 사업주의 책임도 대폭 강화됐다. 불법 파견시 사용 사업주에 대한 형량을 1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하 징역으로 높였다. 또 현재는 26개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있으나 금지업무를 제외하고, 파견근로를 전면 허용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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