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준안 국회 통과…의무 수입물량 들어와도 시장 영향 적을 듯
몇 달째 처리가 지연되면서 진통을 겪어 온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 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23일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찬성 139표, 반대 61표, 기권 23표로 쌀 협상안 비준동의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쌀 협상안 비준서를 WTO에 통보하고,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쌀 의무수입물량을 명시하는 등 후속 조치에 돌입할 예정이다.이로써 우리나라는 앞으로 2014년까지 10년간 쌀 시장 전면 개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협상 결과 불이행으로 WTO 분쟁 제소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늦게나마 비준안을 처리, 국제 사회에 협상 이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얼마나 수입되나=비준안 통과에 따라 우리나라는 쌀 시장 전면 개방을 유예하는 대신 의무수입물량은 연차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내 쌀 소비량의 4%(20만5000t)였던 의무수입물량을 2014년 7.96%(40만8700t)까지 매년 늘려가야 한다. 의무수입물량 중 기존 물량은 2001~2003년 수입 실적을 반영해 미국ㆍ중국ㆍ태국ㆍ호주 4개국에 국가별 쿼터를 배정하고, 추가로 늘어나는 신규 물량은 국제 공개 입찰을 통해 수입하게 된다. 또 이행 5년차가 되는 2009년에는 이행 상황에 대한 다자간 중간 점검을 받게 된다. 단 우리나라는 관세화 유예 기간 중이라도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 시중판매 어떻게 되나=쌀과자 등 가공용으로만 공급하던 수입 쌀 물량 중 10%를 밥쌀용으로 시중에 판매해야 한다. 밥쌀용 판매 비율은 매년 균등하게 증량, 2010년까지 30%로 늘리고 이 비율은 2014년까지 유지된다. 그러나 국회 비준이 늦어지면서 올해 22만5000t을 수입해 이 중 10%인 2만2500t을 시판해야 하는 약속 이행은 이미 불가능한 상태다. 입찰 공고부터 낙찰ㆍ운송ㆍ통관 등 과정을 감안하면 최소한 3~4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관련 법령 개정과 국무회의 의결 등 후속 조치를 최대한 빨리 추진해 다음달 초ㆍ중순께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수입 쌀의 국내 시판은 내년 3~5월이 돼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남은 과제=정부는 시판되는 수입 쌀 물량이 국내 소비량의 0.4%에 불과한 소량이므로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농민들의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쌀값 하락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협상 결과에 따른 올해 의무수입물량 시판이 이뤄지지 않자 미국 등 협상 대상국들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비준안이 통과되면서 약속 불이행에 대한 양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해동 농림부 농업협상과장은 “그동안 협상 상대국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우리의 사정에 대해 거듭 이해를 구해 왔으므로, 앞으로 성실히 의무사항을 이행한다면 큰 문제는 발생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과장은 이어 “늦었지만 쌀 협상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10년의 유예 기간 동안 모든 노력을 집중해 개방 체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쌀 산업 경쟁력을 키워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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