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각종범죄에 노출돼 있습니다. 학교, 학원의 등하교 시간대에 좀더 집중적으로 순찰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로변의 노점상들이 조직화돼서 보행하기 힘들 정도로 보도를 점유해서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의지를 갖고 단속해서 깨끗한 거리질서를 확립해 주세요.” “수업 없는 토요일을 활용해서 일일 경찰서 체험이나 순찰 학습을 하면, 올바른 사회관 형성과 폭력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기묵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서울을 7개 권역으로 나눠 주민을 만나는 자리에서 나온 말들이다. 그런데 이 청장과 주민들의 만남은 지금까지의 민생현장 투어와는 달랐다. 과거 상급자나 대통령에게만 하던 업무보고를 주민을 ‘모시고’ 한 것. 26일 발표된 2005년 상반기 주민보고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부터 이달 초까지 서울지방경찰청이 주최한 보고회에는 총 1399명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의 대학 총장, 종교지도자, 언론사 사장 등 주요 지도층 인사와 주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경찰청은 치안성과와 중점추진업무를, 해당 지역 경찰서장은 지역별 특성화된 치안활동을 보고했다. 참가자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미리 준비한 ‘서울경찰활동’ 책자가 부족했을 정도다. 업무보고 이후에는 치안정책에 대해 경찰과 지역주민 사이에 격의 없는 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학교폭력, 강력범죄에 대한 경찰의 대책, 불합리한 교통시스템 개선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고, 이기묵 청장은 야간순찰 강화, 학교등하교시 우범지역 경찰 배치 등은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지시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청장이 직접 방문해서 경찰 업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해주고, 지역의 현안에 대해 일일이 확인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서울 경찰청은 시간이 모자라 발표하지 못한 주민의 제안서와 제도를 바꿔야하는 제안은 관련부서의 검토를 거쳐 답변을 만들었다. 주민만족 치안행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법령 개정도 건의할 예정이다. 주민을 향한 서울 경찰청의 보고회는 단위 경찰서 확산됐다. 서울의 각 경찰서는 5월 말까지 같은 방식으로 주민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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