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예정된 쌀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실익을 고려한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때 쌀에 대해서는 10년간 관세화 원칙을 예외적으로 적용받지 않는 대신 쌀기준 소비량(1986~1988년 평균)의 1~4%를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가 10년째 되는 해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등 9개 쌀 수출국과 양자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WTO농업협정문상 쌀 협상 일정이 올해말까지 종료토록 돼 있기 때문에 정부는 WTO 회원국들의 3개월간 검증기간을 고려, 당초 9월말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쌀 협상은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 윤장배 국제농업국장은 최근 “쌀 협상 참가국들이 우리나라의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해 요구하는 조건들이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며 “당초 계획했던 쌀 양자협상의 9월 말 타결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혀 쌀 협상이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국장은 또 "연말까지 진행될 쌀협상에서 결론이 어떻게 나든 쌀 수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관세화 유예라는 명분에 집착하기보다 실익을 얻기 위해 협상할 것"이라고 밝혀 쌀 관세화 관련 협상이 '관세화 유예'로만 귀결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쌀 협상, 실익이 중요= 현재 정부는 관세화를 통한 쌀 수입을 유예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미국, 중국과 3차례에 걸쳐 협상을 갖는 등 협상은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지만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해 우리나라와 쌀 협상을 진행중인 9개국은 무리한 조건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농림부 관계자는 "쌀협상 자체가 관세화 유예를 위한 것인 만큼 현재로선 정부의 기본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하지만 관세화 유예를 위해서는 상대국의 요구조건을 수락해야 하는데, 상대국의 요구가 너무 과도해 관세화를 하는게 차라리 낫다면 '관세화 유예'라는 우리의 입장을 재검토 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쌀수출국들은 우리나라의 관세화 유예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매년 쌀의 의무수입물량(MMA)을 연간 소비량의 4%에서 8% 이상으로 늘리고 자국 쌀을 일반 소매점에서 팔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쌀 외에도 중국산 마늘(관세율 360%) 등에 부과되는 고율관세의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지로 전문가들은 미국, 중국 등 쌀협상국들이 우리나라의 쌀 관세화 유예를 빌미로 현재와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해올 경우 관세화 유예보다 관세화를 하는 것이 실익을 챙기는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물량 제한은 일종의 특혜이기 때문에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그 대가가 지나치게 클 경우 차리라 관세화를 하는 게 낫다는 것.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서진교 부연구위원은 “쌀 협상국들은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어도 우리나라가 관세화 유예를 위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관세화 하는 게 이득이라면 굳이 관세화 유예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협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농업경쟁력을 높이고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대책을 마련해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쌀농가 소득안정 위한 정부대책= 한편 정부는 쌀 협상에 따른 시장개방폭 확대에 대비, 쌀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한 ‘쌀농가 소득안정방안’을 마련, 새로운 쌀 수입 규정이 적용되는 내년 중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쌀농가 소득안정방안은 쌀 협상 이후 쌀농가 소득안정을 위해 과거의 산지 쌀가격 등을 기준으로 목표수준을 설정하고, 향후 쌀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 목표수준을 고정형직불과 변동형직불로 보전하는 방안. 쌀시장 개방에 따른 쌀 가격 하락에 대한 대비책이다. 고정형직불은 WTO 규정에 따라 쌀값 변동과 관련 없이 지급하는 생산중립직불제로 국제가격이 어떻게 변하든 미리 결정된 가격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변동형직불은 목표수준과 비교했을 때 당해년도 쌀가격이 고정형직불금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우, 그 차액의 일정부분을 보전하는 방안이다. 현재 몇 %까지 지원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쌀 시장개방 압력 뿐 아니라 수매제 개편 등 우리나라 농업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업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쌀시장 개방 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하고 농가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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