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 서강대교 위 밤섬 관찰대에 올라서면 야트막한 풀숲을 걸어다니는 흰뺨검둥오리떼와 나무에 앉아 있는 천연기념물 쇠부엉이를 구경할 수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데다 뻘과 모래가 발달돼 있어 겨울철에는 5천마리를 넘는 철새가 찾아온다.
서울시는 1999년부터 야생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곳들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보호에 나섰다. 99년 밤섬을 시작으로 2000년에 강동구 둔촌동 습지, 지난 4월 송파구 방이동 습지와 탄천지역을 보전지역으로 선정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은평구 진관내동 습지와 강동구 암사동 한강습지를 추가로 지정했다. 생태계의 보고, 습지 지역으로는 둔촌동 212 일대와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뒤편, 진관내동 북한산성 입구 5천 여평 일대가 남아있다. 특히 논 한가운데 버드나무가 자라는 방이동 습지는 서울의 강남지역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다. 10년 전 땅 주인이 벽돌 제조용 흙을 얻기 위해 팠다가 내버려둔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서 습지로 탈바꿈했다. 곳곳에 갈대숲이 펼쳐져 있고 부들.수련 등 95종의 식물과 물총새.오색딱따구리.흰눈썹황금새.꾀고리.박새.제비 등 5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얼마 전엔 환경부 지정 보호종인 금개구리의 울음소리도 들렸다는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시는 습지를 지속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시민단체나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자율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둔촌동 주민들이 결성한 ‘습지를 가꾸는 사람들’(대표 최경희)은 출입자를 감시하고 시와 함께 매년 새집을 달아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또한, 철새들의 보금자리, 하천 유역은 밤섬과 강남, 송파구를 흐르는 탄천유역, 암사동 한강공원 습지는 시멘트로 덮여 있는 다른 강둑과 달리 자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절기마다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사랑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도심 속 철새 도래지인 밤섬은 팔당댐 방류량이 초당 5천t(한강 인도교 수위 4m)만 돼도 물에 잠기기 때문에 장마철마다 자취를 감추지만 퇴적물 덕에 면적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현재 황조롱이·쇠부엉이·원앙·흰꼬리수리 등 천연기념물과 함께 갯버들·느릅나무 등 1백89종의 식물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현행 조례상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무단으로 들어갈 경우 50만원 이하, 보전지역 내 야생생물을 포획하거나 구조를 변경하면 2백 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경희대 유정칠(생물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다양한 생물종이 있는 곳뿐 아니라 생태계가 위협받는 취약지역으로까지 보전지역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며 “밤섬은 종 보호를 위해, 탄천은 인간과 어울리는 자연환경 조성을 위해 보전하는 등 지역에 알맞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kimdh@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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