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26년만에 사체로 발견돼 관심을 모았던 토종 야생 여우의 사인이 결국 영구미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달 강원도 양구군 동면 덕곡리 뒷산에서 발견된 토종 야생여우의사인파악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으나 조사 포기 통보를 받아 정학한 사인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국과수는 여우가 유력한 사인으로 추정되는 쥐약 등 독극물에 중독된 동물을 먹고 죽었더라도 통상 쥐약 등으로 뿌려놓는 독극물이 워낙 미량인데다 사체 발견후상당시일이 경과한 관계로 정확한 사인 파악이 불가능하다며 조사를 포기했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환경부는 그러나 정확한 사인을 알아내야 발견장소 주변 일대에 서식하고 있을가능성이 큰 다른 개체들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전문가들을 통해 사인규명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서울대 수의과 대학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도사체부검과 분석을 의뢰했지만 역시 정확한 사인이 나오지 않아 국과수에 최종적으로 사체부검을 의뢰한 바 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원은 발견당시 입가에 피가 묻어있었던 점으로 미뤄 여우가쥐약 등 독극물에 중독된 동물을 먹고 죽은 것으로 판단했으나 부검 결과 독극물 양성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 여우 사체가 발견된 부근을 살펴봐도 독극물에 중독된 동물이 고통 때문에땅을 파헤치거나 뒹구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입가의 혈흔은 혀를 깨물어 생긴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과 국립환경연구원은 이에 따라 여우가 올무에 걸린 뒤 몸부림치다가 철사에 긁혀 상처가 나면서 죽었을 경우에 대해서도 조사했으나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여우 위에서 쥐와 다른 동물을 먹은 것이 확인돼 굶어죽지도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여우가 자연사 또는 병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는 그러나 통상 여우의 수명이 10-12년인데 비해 이번에 발견된 여우는생후 3-4년이 지난 수컷으로 판명됐고 병사한 징후도 나타나지 않아 이같은 추측에쉽게 무게를 싣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여우의 사인규명 작업을 마무리짓고 조만간 외부에 DNA와미토콘드리아 분석을 의뢰한 뒤 이 결과를 다른 나라에 사는 여우와의 특성 비교와국내 개체복원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같은 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 사체를 박제로 만들어 토종 여우를 보지 못한 일반인들에게 학습용으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환경부는 전했다.
호랑이, 반달가슴곰과 함께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된 야생여우는 지난 78년지리산에서 사체가 확인된 이후 26년만인 지난달 23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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