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지하철역 승강장 4곳 중 1곳이 미세먼지 농도 기준치를 초과, 시민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최근 지하철 터널 내벽에 누적된 분진 중 석면이나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등 각종 유해물질이 다량 포함됐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2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2003년 4·4분기 지하철역사 내 미세먼지 검사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1∼8호선 조사 대상 35개 역사 중 8개 역사(23%) 승강장에서 서울시 지하공기 기준치인 140㎍/㎥를 초과했고, 다른 7곳(20%)에서도 120㎍/㎥를 넘어 기준치에 육박했다. 종로 5가역이 220㎍/㎥로 환경오염 정도가 가장 심했고, 이대입구역(216㎍/㎥), 동대문역(207㎍/㎥), 성신여대역(181㎍/㎥), 시청역(179㎍/㎥)이 그 뒤를 이었다.
지하철 승강장의 유해미세먼지는 터널 내벽에 겹겹이 쌓인 각종 오염물질에서 발생하고 있다. 선로가 지나는 터널바닥은 매일 고압살수차로 세척하고 역사와 승강장도 청소용역업체가 관리하고 있지만 터널내벽청소는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지하철이 등장한 지 올해로 30년째이나 그간 터널내벽 청소가 이뤄진 것은 2차례에 불과하다. 지하철 1∼4호선을 관리하는 서울지하철공사는 2001년 11월∼2002년 6월 서울역∼동대문역 구간 3.9를, 지난해 6∼12월 나머지 동대문역∼청량리역 3 구간에 대해 터널 세척을 실시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항상 ‘안전’ 관련 항목에 밀려 터널청소 관련 예산을 따내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30년 만에 1호선 도심노선에 대해서만 세척작업을 하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5∼8호선 담당 도시철도공사도 지난 21일 청소용역 입찰을 마무리하고 터널내벽 청소에 나설 예정이나 바닥청소와 같은 방식인 고압살수차 세척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세척 전문가들은 “터널 윗부분에 고압선이 지나는 상황에서 ‘물뿌리기’만으로 제대로 된 청소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수개발 김대삼 대표는 “외국에서는 1년에 한 차례 정도 모든 구간에 터널 내벽 청소를 실시한다”며 “살수차만으로 청소가 가능했다면 이제껏 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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