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이상 늦어지면 국가 신뢰도 하락…통상 분쟁 우려
쌀 관세화 유예 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이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해 이르면 이달 중 본회의에 상정, 국회 비준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쌀 협상 비준 동의안은 관세화 개방을 2014년까지 추가 연장하는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을 지난해 전체 쌀 소비량의 4%(20만5000t)에서 2014년 7.96%(40만8700t)까지 매년 늘려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단 유예기간 중 언제라도 추가 부담없이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쌀 협상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민주노동당의 반대로 5차례나 상임위 상정이 연기됐으며 이날도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해 가까스로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3~4개월 정도 걸리는 수입쌀 구매 절차를 감안하면 이미 올해 이행해야 할 국제적 약속을 지키는 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쌀 협상 참가국들이 우리나라 비준안 처리에 대해 커다란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정부는 최대한 빨리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앞으로 본회의 통과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민주노동당은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 중이며, 농민단체들은 28일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키로 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쌀 협상 비준 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쟁점과 더 이상 비준안 처리를 늦출 수 없는 이유를 알아본다. ◇ 왜 관세화 유예를 선택했나=향후 WTO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에서 큰 폭의 관세 감축이 결정되거나 관세 상한이 설정됐을 경우 관세화 개방은 쌀 산업을 큰 위기에 몰아넣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쌀값은 국제 시세의 4~5배 수준이나 현재 DDA 협상에서 논의되는 관세 상한은 100~20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더라도 우리 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0년의 기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거 10년 유예기간을 포함해 20년간 관세화 유예를 이끌어 낸 것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 국회 비준 서둘러야 하는 이유=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결과에 따른 쌀 관세화 유예는 지난해 말로 종료됐고, 추가 연장 기간 10년은 올해를 기점으로 하므로 당장 올해부터 약속한 대로 쌀 의무 물량을 수입해야 한다. 의무수입물량에 대해 국제 입찰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4개월 가량이 걸리고, 올해부터 수입쌀 중 일부를 시중에 공매키로 했으므로 국회 비준은 한 시라도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 만에 하나 국회 비준이 되지 않으면 WTO 농업협정 부속서에 따라 즉시 관세화 전면 개방 의무가 발생한다. ◇ DDA 협상 이후 비준안 처리?=DDA 협상 세부 원칙이 오는 12월 홍콩 각료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므로 기다렸다가 관세화와 관세화 유예의 유ㆍ불리를 판단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쌀 협상 결과를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는 것이다. 우선 12월까지 비준안 처리를 늦춘다는 것은 쌀 협상 결과에 따라 올해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 버린다는 의미다. 이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의무 불이행에 따른 통상 분쟁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또 올해 말 DDA 협상 세부 원칙이 결정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며, 세부원칙이 결정되더라도 관세화와 관세화 유예의 유ㆍ불리를 판단키는 어렵다. DDA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쌀 개방을 늦출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으나, 세계적으로 모든 농산물에 관세화 개방을 적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실현 불가능한 얘기에 가깝다. ◇ 정부 대책은=정부는 이미 지난해 2013년까지 추진할 ‘농업종합대책’을 마련했으며, 이를 뒷받침할 119조원의 투ㆍ융자 계획도 추진 중에 있다. 쌀 시장 개방 확대에 대비해 목표 가격과 산지 쌀값 차이를 보전해 주는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도’를 도입했으며, 쌀의 민간 유통을 강화하는 한편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해 ‘공공비축제’도 시행 중이다. 이외에도 농민들에 대한 저리 정책자금 지원, 농가 부채 탕감 등 농민단체 요구사항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10년의 유예기간동안 외국 쌀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체질강화와 구조조정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올해부터 식량 정책의 기조를 가격 지지 정책에서 소득 지지 정책으로 전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비료 및 농약 사용 줄이기, 품종 선택에서부터 수확 후 유통까지 철저한 품질 관리, 쌀 브랜드 관리 등을 통해 품질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으며, 쌀 전업농 육성 등을 통해 규모화된 ‘정예 쌀 생산농가’를 육성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