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창고가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했다고? 언뜻 듣기엔 참 생소하다. 창고가 어떻게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을지 무척 궁금했다.
호기심을 가득안고 삼례 문화 예술촌으로 향했다. 구 삼례역 근처에 있어서 비교적 찾기가 수월했다. 드넓은 공간이 제일 먼저 반겼고 작가들의 멋진 조형작품이 눈에 띄었다. 화단에는 형형색색 예쁜 꽃들이 자태를 뽐냈고 졸졸 흐르는 인공 시냇물에서는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발을 벗고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역사와 현대를 한눈에 본다 생각과 달리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놓은 모습을 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런 시골에 멋진 문화공간이 생기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다.
삼례 문화 예술촌이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오고갔다.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느냐’는 질문에 다들 매스컴과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한번쯤 와봐야지 생각했다’는 말에 문화적 욕구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삼례 문화 예술촌은 일제 강점기 전북지역에서 수탈된 쌀을 군산항에서 일본으로 반출하기 전에 보관하던 양곡창고다. 대지면적 1만1800㎡(연면적 2025㎡)에 7동의 건물은 1920년대 건축물로 이뤄져 있어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대부분 보존상태가 양호해 일제수탈의 상징적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시대적 여건의 변화로 인해 양곡창고로서 기능을 상실해 왔다.
그러던 이곳이 최근 기존 창고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포메이션센터, VM(Visual Media) 아트갤러리, 문화카페, 책 공방 아트센터, 디자인 뮤지엄, 목공소, 책 박물관 등의 시설을 갖춘 멋진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날 예술촌을 찾은 한상기(40)·윤주화(38) 부부는 “가까운 공간에 문화 예술촌이 생겨서 너무 좋다. 평소에는 아이들과 전주 송천동 롯데마트까지 가서 책을 봤는데 이제는 북 아트센터를 자주 이용해야 겠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또 “어릴 적 봐오던 양곡창고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해 감회가 남다르다”며 “앞으로 다양한 문화적 해택을 쉽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체험도 하고 즐기는 1석2조의 공간
우선 w아트 갤러리는 문화 예술촌 입구 오른편에 바로 위치해 가장 시선이 머무는 공간이다. 현재 한학림(조각)등의 권위 있는 중견작가를 포함해, 정혜련(영상-설치-조각), 도사들(영상-설치: 김윤섭, 홍가람), 노동식(조각-설치) 등 11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시각, 미디어 아트 세계를 오는 7월 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계원예술대학 산학협력단 개인기업 대표들의 찬조 출품작도 덤으로 볼 수 있다.
VM아트 갤러리 김현지 큐레이터는 “일제 강점기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채 보존되어 온 양곡창고의 의미를 되살리자 이번 전시는 기획했다”며 “옛것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생생한 산뜻함을 추구하는 재생과 복원의 미학에 미디어아트라는 전혀 다른 예술언어를 접목시켜 이색적인 공간으로 변화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전시를 관람한 후 체험 실기, 스토리 텔링을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로 디자인 박물관은 국내 및 국외 기업의 우수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세 번째 책 박물관에서는 9월 22일까지‘완주! 꿈꾸는 책 마을’기획특별전이 진행되고 옛 향수 속으로 빠져드는 철수와 영이의 교과서 그림 등 상설전시도 만날 수 있다.
그 옆에는 책 공방 북 아트센터가 있어 누구나 책 만들기의 즐거움을 맛보며 다양한 방법을 배워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외에 김상림 목공소는 우리나라 전통 소목 기술을 활용한 전통가구 및 생활가구를 볼 수 있고 가구제작 전문 목수도 양성한다. 마지막으로 문화 카페오스는 음료만 팔던 기족의 카페컨셉을 탈피해 커피로스 팅과 각종 추출 과정에 대한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지역경제 활성화 윤활유 역할 톡톡
이처럼 삼례 문화 예술촌에서는 다양한 체험행사와 전시 및 특별한 공연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앞으로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주민과 예술인 등이 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심재생의 거점으로 ‘관광 명소화’가 추진되면서 주민의 소득 증대에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완주군민, 장애인, 국가유공자에게는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할인 혜택이 주어지니 잊지 말길 바란다. 특히 6월 한 달간은 모든 기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 이런 공간을 활용해 지역발전과 주민 문화수준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사고의 전환’이 오늘의 문화 예술촌 개관으로 이어졌다는데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삼례 문화 예술촌 관계자는 “인근 한옥마을 등과 연계하면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구현한 최고의 근대문화유산 장소로 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6월 5일 삼례읍 후정리 삼례 문화 예술촌에서 각계 기관장과 7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삼례 예술촌 개관식을 가졌다. 이날 개관식 부대행사로 삼례농악단의 터 밟기, 꿈쉴매 밴드와 창포 할머니 다듬이 공연단, 그리고 축하공연으로 ‘문화천하지대본 완주!’ 의 공연이 다양하게 펼쳐졌다.
앞으로 삼례문화예술촌의 다양한 활동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 좋은 소식을 지인들에게 많이 알려야겠다.
개관 : 10~18:00(입장마감 17:00) 휴관 1월 1일, 매주 월요일
찾아오시는 길: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후정리 247-1번지)일원
문의 : 070-8915-8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