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게 깔린 구름 사이로 제법 햇살이 따사로운 5월 초. 대구수목원은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신록의 매력, 그 푸른 기운을 마음껏 뿜어내고 있다. 특히 봄이 늦게 찾아든 올해 지역에서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로, 연일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수목원은 영남권의 대표적인 수목원으로 향토자생식물자원의 보전과 관리, 지역 내 식물종 다양성을 높이고 관련 분야에 연구기반을 제공하는 생물자원의 연구기관이며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자연교육의 장인 동시에 아름다운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다.
상큼한 공기, 산들거리며 뺨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수목원 가장자리로 길게 이어진 ‘데크관찰로’를 걷다보면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에 도심생활에서 찌든 몸과 마음이 절로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따스한 봄 햇살은 신록을 가득 머금은 잎을 거치며 은은한 조명처럼 그윽하고, 어디선가 들리는 새들의 속살거림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특히, ‘데크관찰로’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철쭉원’에는 진달래, 산철쭉, 만병초 등의 자생식물은 물론 다른 진달래과 식물들이 한껏 꽃망울을 머금고 개화 중이어서 환상의 연분홍빛이 어우러진 봄철 수목원의 진정한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목원을 관람한 뒤 내려올 때는 ‘데크관찰로’ 반대편 가장자리로 나 있는 ‘산책로’를 추천한다.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이곳 ‘산책로’를 걷다보면 발바닥에 느껴지는 탄력 있는 흙의 감촉으로 포장도로를 걸을 때보다 훨씬 덜 피곤함을 느낀다. 요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연인에서 홀로 운동족까지 마치 다양한 사람들의 걷기 향연을 보는 듯하다. ‘산책로’ 주변에 핀 꽃을 바라보며 나뭇잎이 만들어 내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은 ‘산책로’를 직접 걸어 본 사람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멋진 추억을 선사한다.
대구시 김희천 수목원관리사무소장은 “수목원의 휴양(휴식) 기능은 녹색의 공간에서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안정과 위안, 다양한 생명체와의 친화감 속에서 느끼는 생명력에 대한 환희,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느끼는 기쁨 등 정신적ㆍ심리적인 위안”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수목원을 찾아서 마음의 평안을 얻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즈음 식물은 1년 중 가장 왕성한 생명력으로 하루가 다르게 꽃피우고 푸르러진다. 식물은 저마다 새순을 내어놓아 몽글몽글 연둣빛 신록이 아름답고, 대지위에는 아름다운 봄꽃이 지천이다. 멀리 봄꽃 축제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네 삶과 지척에 있는 대구수목원을 방문해 짙어지는 봄기운을 마음속 가득 담아간다면 지친 일상사에서 조금이나마 정신적인 힐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