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신임 장관에게 듣는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
“근로자나 노동운동에 대한 따뜻한 애정은 변함없지만 노동환경은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타협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화했다.” “일부 언론이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기도 하지만 진보언론, 토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왜곡·편파보도는 많이 개선됐다.” “공무원단체가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하도록 최대한 설득하겠지만 불법행동을 계속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국정브리핑과 KTV 공동기획 ‘신임 장관에게 듣는다’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밝힌 노동부의 역할은 ‘공정한 중재자’로 해석된다. 노동부 역할은 '공정한 중재자'이 장관은 국가보안법 조작 사건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판사직에서 물러나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주임변호사, 대우조선소 이석규 사망사건 대책위원장 등 굵직굵직한 사회적 현안에서 피해자의 편에 섰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노동부 정책을 담당하게 된 이 장관은 이제 사회변화의 흐름에 맞춘 ‘균형’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비정규직, 고령자, 여성 등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은 여전히 ‘보호’의 대상임을 강조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망 강화가 재임기간 중에 반드시 할 일이라고 꼽았다.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의 안정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사회적 기업 지원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는 일방적인 구호보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였을까. 노래를 즐기는 이 장관은 18번인 ‘홍도야 우지마라’를 ‘사랑을 위하여’로 바꾸려고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수많은 칼럼과 수필을 곳곳에 기고할 만큼 글쓰기도 즐긴다. 지난해에는 ‘월간 에세이’에 ‘프로의 기본조건’이라는 에세이를 실었다. 이 글에서 이 장관은 부단한 연습과 ‘불광불급(不狂不及)’이 프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수장을 맡은 이 장관이 무엇에 미치고 무엇에 이르게 될지 궁금하다. 이 장관의 인터뷰는 21일 저녁 6시20분부터 7시까지 한국정책방송 KTV에서 방영된다. -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처음으로 노동부 장관에 임용됐다. 인사청문회를 받은 소감은. ▲ 첫 인사청문회였기 때문에 다소 문제점도 있었다고 생각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준비기간 동안 노동부 업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정책 구상도 할 수 있어 유용했다. 그동안 뼈를 깎는 고통 속에 반성의 나날을 보냈다. 국민이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문제까지 빠짐없이 돌아보고 되새겨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취임 이후 바로 양 노총을 방문했는데 어떤 말을 들었나. 그동안 노사정 대화가 장기간 이뤄지지 못했는데, 언제쯤 복원될 것으로 예상하나. ▲ 양 노총과 경총 모두 그동안 대화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노사정 대화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했다. 아직 민주노총 지도부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노사정 대화의 틀을 만들고 노사관계 선진화 입법 등 현안 사안을 논의하겠다. - 비정규직 문제가 사유제한과 기간제한으로, 기간제한도 그 연한을 놓고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에 대한 장관의 견해는 무엇인가. 또 상대방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 사유를 제한하면 상당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거나 사내하청, 용역전환 등의 방법으로 더 열악해질 것이다. 노사정위 공익안도 그래서 기간제한 방식을 제안하고,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OECD 회원국도 기간으로 규제하고 있다. 사용기간을 노조 측의 주장처럼 2년으로 단축하면 정부안인 3년에 비해서 교체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파견기간이 짧을수록 사용업체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는 비율도 낮았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우선 서로 적절히 양보해서 시작하고 나중에 고쳐나가자. 한비자에 보면 사람의 얼굴을 조각할 때 처음에는 눈은 작게 코는 크게 조각하라고 했다. 눈은 크게 하면 작게 고칠 수 없고, 코는 작으면 키울 수가 없다. 마찬가지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적절한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 정부가 양극화해소를 위해 일자리 창출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 일자리가 아르바이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인데. ▲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시장과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한편으로 정부는 노인 일자리 사업, 청소년 직장체험 사업 등 예산을 투입해서 일자리를 직접 만든다. 다만 이런 사업은 청년, 고령자, 여성 등 취업 취약계층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직업능력을 향상시키는 보완 정책이다. 단기적인 일자리라는 지적은 개선할 점이다. 청년실업대책에서 단기 일자리 사업은 줄이는 대신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사회적 일자리사업을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사회적 기업 지원법률’을 만들려고 한다. - 공무원단체가 공무원노조법에 반대하며 법외조직을 선포하고 개정운동에 나섰다. 어떻게 풀 것인가. ▲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는 단체행동권 보장, 공노총(공무원노동조합 총연맹)은 시·군·구 6급 공무원의 노조가입 제한 완화를 주장하면서 공무원노조법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법은 오랜 기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회 의결로 제정된 법률이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하면 일반 국민이 이해하겠나.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하도록 최대한 설득 하겠지만,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불법행동을 계속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 시간이 좀 지난 이야기지만 장관은 지하철 파업과 현대중공업 노사분규를 예를 들며, 1989년 4월 노동문제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를 문제 삼은 적이 있는데, 최근 대항항공 파업의 경우에도 언론의 접근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 인권변호사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은 언론이나 여론이 통제되고, 언론은 특정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측면이 강했다. 이후 사회가 점차 민주화되면서 다양한 성향을 지닌 언론매체도 생겼다. 진보언론도 여럿이다. 지금도 일부 언론이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기도 하지만, 각종 지상토론이나 TV 시사·토론 프로그램 등을 통한 종합적인 논의가 활발해져 왜곡·편파보도는 많이 개선됐다. 다만, 아직까지 일부 언론에서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 오보, 노사의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쳐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보도로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 최근 들어 노동현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변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이상수장관의 노동자에 대한 시각, 변하지 않은 것과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 과거 인권변호사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근로자나 노동운동에 대해 품었던 따뜻한 애정은 지금도 변함없다. 다만 환경 변화에 따라 노동자들의 권익도 과거에 비해 많이 신장했으며, 노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타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변화한 노동환경 속에서 공정한 중재자로서 균형감을 갖고 근로자 보호와 일자리 창출,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위해 일하겠다. - 노동부가 다른 경제부처와 같은 정책을 낸다면 노동부의 존재이유는 무엇이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때도 여론과 타 부처 의견에 밀려 노동부가 며칠 만에 방침을 바꿨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면 경제부처들과 ‘화이불류(和而不流)’할 수 있겠는가?(이상수 장관의 좌우명이 화이불류다) ▲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은 당시 노사자율 타결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체 국민과 공익적 관점에서 불가피하게 내린 것이라고 본다. ‘노동부’ 입장이 ‘경제부처’ 입장과 같은지, 다른지의 기준으로만 역할을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를 내다보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국가와 국민경제 발전과 조화시키면서 노동권을 높이고 비정규직 등 취약근로자를 보호하는데 무엇이 최선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노동 3권과 근로자 보호, 일자리 창출, 노사관계 선진화 등 다양한 노동정책을 펴나가면서 항상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경제와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을 고려하여 추진하겠다. - 수필집 ‘사람값과 사람대접’, ‘충무경찰서 초대가수’를 썼다. 부천 원미갑 재선거 후보 시절 일기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는데 요즘도 글을 쓰나, 어떤 내용을 쓰나. ▲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 쓸 때 마음이 맑아진다. 일기는 쓰지 않지만, 가끔 수필을 써서 수필지에 기고하기도 한다. (이 장관의 에세이 ‘프로의 기본조건’이 ‘월간 에세이’ 2005년 8월호에 실렸다. 이 장관은 콜 수상, 처칠, 이주일, 공자와 관련한 사례를 들며 부단한 연습과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이 프로의 기본조건이라고 강조했다.) - 충무경찰서 유치장에서 아침이슬을 불러 담배를 부상으로 받았다는데, 지금은 18번은 무엇인가. 가장 최근에는 언제 불렀나. ▲ 유행가 중에 18번은 ‘홍도야 울지마라’다. 작년 연말 부천 노인복지회관에서 불렀더니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셨다. 너무 오래된 노래여서 ‘애모’, ‘사랑을 위하여’ 같은 노래로 바꾸려는데 쉽지가 않다. 새로운 버전으로 찾아봐야겠다. 유행가보다 ‘오 쏠레미오’, ‘청산에 살리라’처럼 클래식을 잘 부른다. 지난해 수녀님들과 송년모임 때에는 ‘청산에 살리라’를 불러 앙콜송을 받았다. - 장관 재임기간 중 무엇을 꼭 하고 싶나. ▲ 양극화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비정규직 등 취약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제대로 보호하고 싶다. 불합리한 고용상의 차별을 시정하고 고용·산재보험 같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우리 근로자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 특히 고용지원 서비스와 직업능력개발 체제를 혁신하여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만족할 수 있게끔 품질을 높이겠다. 더한다면 올해 공무원노조가 출범하고 내년에는 복수노조가 도입되는 만큼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상생하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만들면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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