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디자인 프로젝트’…올해 버려진 공간 7곳 디자인 리모델링 지원
전국의 간이역과 유휴공간이 ‘문화의 향기’가 숨 쉬는 곳으로 다시 태어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의 간이역 2곳과 분교·지하보도 등 5곳을 선정해 디자인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문화 프로그램 활성화를 돕는다. ‘2013 문화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방문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문화를 향유하는 삶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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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가 드리운 충남 논산시 연산역. 2011년 ‘문화디자인 프로젝트’에 선정돼 디자인 개선사업을 진행한 이곳은 여느 시골 간이역과 달리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완행열차가 잠시 쉬어가는 곳, 하루에 10번 남짓 기차가 서는 곳, 사람의 향기보다 바람이 머무는 시간이 더 많은 곳. ‘간이역’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다.
시골 간이역을 지키는 건 낡은 나무벤치뿐이다. 간이역에는 현재보다 과거의 추억과 옛 이야기가 숨 쉰다. 그래서 간이역을 그리움과 기다림의 장소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여기 사람 냄새 짙게 나는 간이역이 있다. 충남 논산시 연산역. 봄꽃이 화사하게 드리운 이곳은 평일이면 어린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들의 행복한 대화가 멈추지 않는다. 전국의 간이역들은 하나 둘씩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지만, 연산역은 오늘도 새로운 추억거리를 선사한다. 여느 시골 간이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농촌 기차역이 문화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했어요. 조용하던 역이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죠.” 원대희(57) 역장은 매일 아침을 방문객 맞을 준비로 시작한다. 그는 “외부 손님이 늘어 지역 주민들도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시골 간이역 봄바람을 맞으며 기찻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옆에 들어선 아담한 정원과 알록달록한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차돼 있는 기차에는 ‘철도체험’을 위해 도시에서 온 어린이들로 가득하다. 역 근처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대추골 사랑방’에는 다양한 문화가 숨 쉰다. 자전거 산책길을 따라 페달을 밟다 보면, 향긋한 봄 향기에 절로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연산역은 1911년 호남선(대전~연산)의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 역사 깊은 곳이다. 하지만 교통기관과 도로의 발달로 이용객이 줄면서 더 이상 KTX 등 고속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간이역이 되었다. 지금도 연산역에는 하루 11차례 상·하행선 무궁화열차만 정차한다. 이용자도 대부분 어르신들로 많아야 하루 80여 명이다.
하지만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한 ‘문화디자인 프로젝트’에 선정된 뒤 연산역은 완전히 달라졌다. 문화디자인 프로젝트는 문체부가 2011년부터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한 공공디자인 개선 사업이다. 문화와 디자인 결합을 목적으로, 소규모 간이역 등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
논산시는 수익성이 낮은 비채산역으로 사람의 발길이 끊긴 연산역을 디자인 개선을 통해 문화적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논산시는 ‘문화디자인 프로젝트’에 공모해 문체부 지원을 받아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디자인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다시 태어난 연산역 방문객 지난해 1만469명 이 프로젝트로 별볼일 없던 작은 간이역은 문화체험이 가능한 테마역으로 다시 태어났다. 2007년부터 운영돼오던 철도체험 프로그램은 더욱 활성화됐고, 방문객들이 자전거로 마을을 산책할 수 있는 자전거 길이 조성됐다. 기찻길 옆은 정원으로 꾸몄고, 버려져 있던 창고의 리모델링을 통해 ‘대추골 사랑방’이라는 이름의 체험학습 공간을 만들었다. 1911년부터 1970년까지 사용하다 증기기관차의 운행중단으로 사용되지 않은 급수탑 앞에도 영상물을 설치해 교육기능을 높였다.
지난해 7월에는 ‘樂! 100년 연산역 문화마당 마춤시 청동리’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열었다. 파머스마켓·음악회가 있는 ‘문화시장’, 도자기·클레이 공예를 체험하는 ‘연산역 공방’, 대추나무학교와 다슬기잡기 체험이 있는 ‘다같이 놀자 청동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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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호남선 개통과 함께 1970년까지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연산역 급수탑. 문화 디자인 프로젝트 시행 이후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
디자인 리모델링 후 연산역을 찾은 방문객은 2010년 4,580명에서 지난해 1만469명으로 크게 늘었다. 논산시 디자인총괄과 문태훈 계장은 “문화프로젝트 사업으로 연산역은 방문객은 물론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문화향유 공간이 되었다”며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문화체험 공간이 올해 더 늘어난다. 문체부는 ‘2013 문화디자인프로젝트’ 사업 대상지로 간이역 2개소와 분교(폐교) 와 같은 유휴공간 5곳 등 7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충북 증평역, 강원도 영월시 무릉초교, 전북 진안시 구 마령복지회관, 전남 보성시 득량면 역전길,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창고, 울산시 공업탑지하보도 등이 포함됐다.
올해는 대상 범위가 확대돼 간이역뿐 아니라 지역에 방치되고 있는 소규모 유휴공간도 대상이 됐다. 문체부는 디자인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등 문화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도울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지역별 사업계획 수립·자문 및 평가를 실시하고, 디자인·콘텐츠 등 분야별로 자문을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영길 디자인공간문화과장은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거나 지역에 방치된 유휴공간을 문화와 디자인을 통해 문화적으로 재활용하는 우수사례로 확산해나갈 것”이라면서 “지역 주민이 문화를 향유하는 소통공간으로 활성화해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문화가 있는 삶을 누려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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