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택지개발 등 대규모 개발지역의 학교를 공공시설에 포함시켜 개발 사업자가 지어 무상 귀속하도록 한 '국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이 법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어 부처간 충돌로 확산될 조짐이다.이에 대해 건설업계도 '주택 사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며 반발하고 있어 국토법 개정을 놓고 올 정기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뜨거운 논쟁이 예고되고 있다.◇ 교육부-건교부 '의견 대립' =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열린우리당 김교흥, 최재성 의원이 공동 주최한 '학교건설 누가 할 것인가, 국민세금? 개발이익?' 토론회에서 교육인적자원부와 두 의원, 건설교통부와 건설업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앞서 지난 5월 21일 건설교통위원회 최재성 의원은 택지개발 등으로 인한 학교 신설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학교를 공공시설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국토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중이다. 학교가 공공시설로 간주되면 건설사 등 개발 사업자가 책임지고 부지를 확보해 학교를 건립한 뒤 교육청 등에 기부해야 한다. 최재성 의원은 "대단위 택지개발 등으로 학교신설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지방교육재정 문제로 필요한 학교 설립이 제때에 이뤄지지 못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교육부는 이에 대해 '학교를 공공시설로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환원해야 한다'며 법 개정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도 "학교 용지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용지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개발에 의해 생긴 학교 수요는 개발업자가 지어주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없는 학교를 공공시설에 포함시키는 것은 국토계획법에 정의된 '공공시설'의 개념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건교부 관계자는 "과거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의무교육에 필요한 학교시설은 국가의 일반적 과제이며, 관련 비용은 국가의 일반재정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며 "학교를 공공시설에 넣는다면 개발사업자의 재산권 보장, 과잉금지 원칙, 의무교육의 무상원칙 등에 위반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또 "무엇보다 사업 시행자가 학교를 지어 무상 귀속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상당부분 분양가에 전가돼 입주자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며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개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발업자가 모든 걸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 건설사도 반발...법 개정 '진통' 불가피 = 건설업계도 교육재정 부족 문제를 건설업계에 떠넘기려 한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 "현재 개발사업자에게 기반시설부담금, 학교용지부담금, 광역교통시설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학교마저 지어 기부채납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며 "학교 1개 신축에 필요한 200억-400억원의 비용이 모두 분양가에 전가된다면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분양가 인하라는 정부 시책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건설사들은 이미 학교 문제가 개발 사업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화건설의 경우 인천 소래.논현지구 239만3천여㎡에 개발중인 에코메트로 아파트 2차분의 사업승인 과정에서 인천교육청이 학교부지 6개에 건물까지 지어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해 최근 분양일정이 두 달 넘도록 지연됐다. 회사 관계자는 "분양 지연은 곧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지만 시 교육청 요구대로 6개 학교를 다 지어주면 900억원이 넘는 비용을 회사가 부담해야 했다"며 "시 교육청과 절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건설은 용인 공세리 복합단지개발지구내 아파트 2천가구 입주를 앞두고 초등학교 건립 민원이 쇄도했으나 관할 교육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학교 신축을 거부해 결국 100억원의 회사 비용을 들여 직접 지어주기로 했다. A건설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의 원칙없는 학교 용지 확보와 건립 요구 등으로 사업계획까지 흔들리는 등 피해가 많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열악한 교육재정 현실을 감안할 때 이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담당관실 관계자는 "건설사가 학교 신축비를 부담하면 분양가가 오른다는 것은 검증된 바 없는데 무조건 반대하는 건교부의 입장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건폐율 및 용적률 상향, 기반시설분담금, 학교용지분담금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모색해서라도 법안 통과를 강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산업연구원 강운산 박사는 "교육 재정 부족은 단기적으로는 지방채 발행을 통해 충당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산세에서 교육 재정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토지공사나 지방자치단체의 택지개발 사업시 의무적으로 학교용지를 공급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