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제주 우도의 '만능' 행복배달부
  • 황길수
  • 등록 2013-02-19 15:20:00

기사수정
빨간색 오토바이 한 대가 해안도로의 좁은 돌담길을 지나 파란색 지붕의 대문 앞에서 멈춰 선다. 오토바이 소리에 방문을 열고 마당까지 나와 택배를 받아든 김봉례(73) 할머니가 김지훈(38) 집배원을 반갑게 맞이하며 "폭싹 속았수다"를 연발한다. '매우 수고했다'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다. 할머니는 "우편물 배달뿐만 아니라 동네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는 우도의 맏아들 같은 사람"이라며 김씨의 믿음직한 두 어깨를 두드려준다.

집배원 생활 6년차인 김씨는 제주가 품고 있는 작은 섬 우도의 모든 우편물을 홀로 책임진다. 우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모르는 주민이 없을 정도이니 집배원으로서 제격이다. 우도는 700여 가구에 16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섬이지만 하루 평균 우편물량이 546건, 1년 14만 건이 넘을 정도로 일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수치로만 따져도 1년에 우도의 모든 가구를 200번씩 방문하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마을 구석구석 정보가 훤하다. 그가 우도에서 베테랑 집배원으로 통하는 이유이다.

김씨의 하루는 아침 7시 반에 성산포항행 배를 타는 일부터 시작된다. 전날 접수받은 우편 및 택배 물량을 한시바삐 육지로 보내고, 육지로부터 들어오는 물건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만의 노하우로 빠르게 우편물 분류를 마치고 우도 비양동의 해안가로 오토바이를 몬다. 바닷가에서 소라와 전복을 캐는 해녀를 향해 "할 망!(할머니의 제주도 방언)"을 큰 소리로 부른다. 이 시간엔 집이 아닌 이곳에 와야 우편물이 제대로 전해진다는 것을 아는 김씨만의 찾아가는 서비스이다. 편지를 건넨 후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 드린다. 육지에 있는 아들의 안부를 물으니 할머니의 주름진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우도는 한 해에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도의 또 다른 보물이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검멀래 해안, 우도봉, 올레길을 지날 때마다 관광객들이 김씨를 불러 우도의 맛집과 관광코스를 물어본다. 매번 똑같은 질문에 짜증도 날 만한데 관광객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해 준다.

"집배인이기 이전에 이곳 주민이니 관광객들에게 친절해야죠. 주민과 관광객들 모두가 가족 같습니다." 남의 일도 내 일인 양 주민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김씨. 그의 미소가 아름다워 보인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STARLINK ENM KOREA, 중국 상하이 '성수 어트랙션' 팝업스토어 통합 마케팅 프로젝트 추진 울산영화인협회제공[뉴스21일간=임정훈]글로벌 마케팅유통 전문 기업 STARLINK ENM KOREA(스타링크 이엠앤 코리아, 대표 배기준)가 중국 상하이 시장을 겨냥한 메가 규모 통합 팝업스토어 마케팅 프로젝트 '성수 어트랙션'을 본격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류 브랜드를 대상으로 방...
  2. 2025 대왕암힙합페스티벌 11월 1일 개최 [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11월 1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일산해수욕장 일대에서 ‘모두를 춤추게 하라’는 슬로건으로 ‘대왕암 힙합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대왕암 힙합페스티벌’은 청년이 주도하고 주민이 참여하며 지역 대학과 상가가 협업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축제이다. 스트리트 댄스 배...
  3. '우리 동네 특공대' 도용 의혹 드라마 티저 영상에 '침묵' 강요? 논란 가열 [뉴스21일간=김태인 ]최근 백동철 감독의 시나리오 '우리 동네 특공대' 도용 의혹이 불거진 하이지음스튜디오의 동명 드라마가 결국 제작되어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예고 티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티저 영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중에는 도용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들이 차단되거나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
  4. 울산 학교운영위원장, 건강한 교육공동체 조성에 힘 모은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31일 외솔회의실에서 울산지역 학교운영위원장을 대상으로 ‘모두의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을 주제로 원탁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학교공동체의 건강한 소통과 협력으로 더 나은 민주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자 마련...
  5. 하나님의 교회, ‘사랑의 헌혈’로 이웃에 소중한 생명나눔 실천 △ 헌혈릴레이 여수하나님의교회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20년 넘게 헌혈에 솔선해온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 이하 하나님의 교회)가 6일 전남 여수에서 ‘전 세계 유월절사랑 생명사랑 제1737차 헌혈릴레이’를 개최해 혈액 수급난 해소를 도왔다. 하나님의 교회는 올해만도 전 ...
  6. 동구 도서관 자원활동가 양성과정 성황리 종료 동구청제공[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 통합도서관은 도서관 운영 활성화를 위해 도서관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10월 14일부터 31일까지 총 9회차에 걸쳐 남목도서관에서 ‘2025 동구 도서관 자원활동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였다.    동구 통합도서관은 신청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 훼손 도서 보수법 ▲ 연령별 독서지도...
  7. ‘번영로센트리지 1단지’ 제18호 금연아파트 지정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보건소(소장 이현주)가 10월 31일 ‘번영로센트리지 1단지’ 아파트를 제18호 금연아파트로 지정했다.    이날 중구보건소는 번영로센트리지 1단지 아파트 주출입구에 금연아파트 현판을 부착하고, 각 동 입구에 금연구역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오후 2시부터 단지 내에서 입주...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